[태일루의 시선] 수도권 중독증과 기득권 카르텔, ‘3대 메가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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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4,755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평택·용인과 호남, 충청, 영남권 반도체·AI 사업에 2,655조원을 투자하고, SK그룹은 전국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에 2,100조원을 투입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호남·충청·영남권 투자만 약 1,600조원에 달해 국가 산업 지형을 바꿀 대규모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이재명 대통령
그러나 청사진이 발표되기 무섭게 시장 일각과 보수적 학계에서는 ‘효율성 저하’와 ‘인재 확보 불가’라는 해묵은 비판론을 쏟아내고 있다. 단언컨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기저에는 국가의 미래가 아닌, 수도권 일극 체제가 공고히 유지되어야만 자신들의 자산과 영향력이 보전된다는 이기적 기득권 카르텔이 똬리를 틀고 있다.
비판론자들이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방패막이는 ‘인프라의 현실성’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부가 공언한 전력과 용수 공급 계획을 두고, 기저전력의 불안정성을 운운하며 고개를 젓는다. 이는 철저히 공급망을 독점해 온 수도권 중심적 사고의 산물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을 현실적으로 맞출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태양광 및 해상풍력 잠재량이 압도적인 호남권이다. 이미 수도권은 전력 포화 상태이며, 동해안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 비용과 사회적 갈등은 임계점을 넘었다. 발전소 옆에 공장을 짓는 ‘분산형 전력 생태계’로의 전환은 세계적 흐름이다. 환경적·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수도권에 반도체 팹을 더 건설하자는 주장이야말로 국가 경제를 전력 마비라는 시한폭탄으로 밀어 넣는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
특히 그들이 전가보도처럼 휘두르는 ‘인재들의 지방 기피론’은 가장 가장 나태하고 이기적인 궤변이다. 판교 남하 저지선이라는 자조 섞인 언어를 시장의 불변 법칙인 양 포장하지만, 이 역시 수도권이 누려온 교육·의료·문화·부동산 프리미엄을 내놓지 않겠다는 기득권 세력의 경로 의존성일 뿐이다. 인재가 가지 않아 공장을 못 짓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 거점과 인프라 투자가 없었기에 인재가 이동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가까운 중국의 사례만 보아도 국가의 강력한 의지와 인프라 투자가 어떻게 인재의 흐름을 바꾸는지 극명하게 증명된다. 과거 홍콩 배후의 한적한 바닷가 어촌에 불과했던 심천은 특구 지정과 인프라 집중 투자를 통해 현재 텐센트, 화웨이, BYD가 포진한 전 세계 첨단 IT 인재들이 가장 갈망하는 글로벌 실리콘밸리로 부상했다. 척박한 동북부 변방의 장춘 역시 폴크스바겐 주도의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서고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자, 중국 전역의 일류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모여드는 첨단 제조의 메카로 탈바꿈했던 적이 있다. 인재는 단순히 지리적 중심지가 아니라 비전과 자본, 그리고 생태계가 요동치는 곳으로 움직인다.
더욱 점입가경인 것은 이 거대한 국가적 패러다임 전환을 눈앞에 두고 터져 나오는 정치권 일부의 옹졸한 참견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논해야 할 자리에 앉아 해묵은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악용하는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 발언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왜 특정 지역에 투자가 쏠리느냐" 혹은 "우리 지역은 소외되었다"라며 유불리를 따지는 이분법적 선동은, 국가 전체의 산업 효율성을 볼모로 표 구걸에 나선 정치 공학적 행동에 불과하다. 구시대적인 편 가르기 프레임을 씌워 발목을 잡으려는 행태야말로 표 계산에만 매몰되어 국가의 성장 엔진을 꺼뜨리려는 반국가적이고 어리석은 짓이다.
반도체와 AI는 한곳에 뭉쳐야 시너지가 난다는 ‘집적 효과’ 논리 역시 궁색하다. 디지털 네트워크와 초고속 물류가 지배하는 21세기 산업 구조에서 물리적 거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오히려 호남의 친환경 제조, 충청의 연산 및 R&D, 영남의 물리적 하드웨어(피지컬 AI)로 이어지는 권역별 특화 체제는 대한민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고도화 생태계로 묶는 ‘초연결 클러스터’의 완성이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부터 국가 핵심 산업을 보호하는 강력한 안보 전략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수도권이라는 좁은 우물 속에서 웅크린 채 글로벌 패권 전쟁을 치를 것인가. 3대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안배나 시혜성 균형발전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라는 비정상적 비대증을 치료하고 전 국토의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여 AI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올라서기 위한 고도의 생존 전략이다. 눈앞의 편리함과 기득권 수호에 매몰되어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가로막으려는 수도권 중독증 환자들과 정치공학적 선동가들의 얄팍한 논리에 흔들릴 여유가 없다. 정부와 민간 기업은 이 모든 저항과 소음을 과감히 돌파하고 약속된 투자를 흔들림 없이 밀어붙여 한국형 AI 산업혁명을 완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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