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화력발전 위주의 보상체계, 재생에너지 확대 뒤 숨은 청구서…출력제어 비용 누가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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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재무위기는 반복된다. 국제 연료가격이 오르면 적자가 커지고, 한전채 발행이 늘어나며, 전기요금 인상 논쟁이 시작된다. 위기가 올 때마다 원인은 전기요금에서 찾는다. 전기를 싸게 팔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한국전력 재무위험 분석 2026」은 다른 지점을 가리킨다. 한전 위기의 본질은 요금이 아니라 전력시장 내부의 비용 배분 구조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36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는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했다. 5개 화력발전공기업은 6조6000억 원, 한국수력원자력은 6조3000억 원, 민간가스발전사 12곳은 7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전이 부채비율 600%를 넘나드는 동안 발전사들의 재무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 누군가는 손실을 안고 있었고, 누군가는 수익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고서가 주목한 것은 총괄원가보상제도다. 발전사업자가 투자비와 금융비용, 운영비, 감가상각비, 일정 수준의 수익까지 회수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원래 목적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발전산업 특성상 최소한의 투자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현재 전력시장에서는 화력발전의 수익 안정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동해안 민간석탄발전소를 사례로 제시한다. 송전제약으로 이용률이 30%대까지 떨어졌지만 20%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미정산금은 수천억 원 규모로 누적됐다. 발전량이 줄어도 손실이 바로 사업자에게 귀속되지 않는 구조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같은 전력시장 안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자도 동일한 보호를 받고 있는가.
답은 아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출력제어가 발생하면 손실을 직접 부담한다. 발전하지 못한 전력은 매출이 아니다. REC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출 원리금, 유지관리비, 임차료, 보험료는 그대로 남는다. 발전소가 멈췄다고 금융기관이 상환을 멈춰주지 않는다. 계통 문제로 출력이 차단돼도 사업자는 그대로 비용을 부담한다.
더 큰 문제는 출력제어의 원인이 사업자에게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계통 포화와 송전망 부족, 지역별 수요와 공급 불균형, 송배전 투자 지연은 개별 발전사업자가 만든 문제가 아니다. 전력 수요 예측과 계통 계획, 송전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다. 그러나 실제 손실은 가장 말단에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먼저 떠안는다.
영남권과 호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출력제어가 일상이 됐다. 발전사업자는 문자 한 통으로 발전을 중단한다. “계통 안정화를 위해 출력제어를 시행한다”는 통보다. 그러나 그 이후 손실은 설명되지 않는다. 발전하지 못한 시간은 사업자의 몫이 된다. 보상 체계는 거의 없고 손실 산정 기준도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
반면 화력발전은 가동률 저하에도 미정산금 논의가 이뤄진다. 총괄원가 체계 안에서 비용 회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결국 같은 전력시장 안에서도 위험을 배분하는 기준은 다르다. 화력은 보호받고 재생에너지는 노출된다.
이는 단순한 형평성 논쟁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의 신뢰 문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말한다. RE100도 이야기한다. 산업단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지역 에너지 전환도 추진한다. 그러나 시장 구조는 여전히 화력 중심 보상 체계 위에서 움직인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요구하면서 정작 계통 위험은 민간 사업자에게 넘긴다.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 투자 안정성은 보장하지 않는다.
전력시장 개편은 발전공기업 통합이나 전기요금 조정만으로 끝날 수 없다.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SMP 정산 체계, 출력제어 보상 구조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화력발전에는 안정적 수익 장치를 유지하면서 태양광에는 출력제어 부담을 맡기는 구조라면 에너지 전환은 갈등만 키우게 된다.
한전 부채위기는 결국 책임 배분의 문제다. 한전은 적자를 안고, 화력은 수익을 유지하며, 재생에너지는 계통 비용을 부담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기요금 인상 논쟁이 아니다. 누가 보호받고 누가 비용을 내고 있는지 다시 묻는 일이다.
가동률 30%의 화력은 이익을 남긴다. 그러나 멈춘 태양광은 손실을 떠안는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전력시장 개편 논의는 절반만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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