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선거철 재생에너지 공약, 카피는 넘치는데 실행력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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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에너지가 정치의 언어로 들어왔다. 지난해 대선과 비교하면 변화는 분명하다. 반대와 비판의 대상이던 재생에너지는 이제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거의 모든 후보가 태양광과 풍력, RE100 산업단지를 말한다. 방향에 대한 논쟁은 사실상 끝났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실행이다. 그리고 그 실행은 검증에서 멈춘다.

햇빛소득마을 시찰중인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
과거에는 재생에너지가 정치적 선택지였다. 지금은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이다. 수출 기업은 RE100을 요구받고 산업단지는 전력 공급 방식을 따져 입지가 결정된다.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정책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가 움직이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그래서 공약은 비슷해진다. RE100 산업단지, 분산형 전력, 주민 참여형 태양광. 선거철이 가까워질수록 더 닮아간다. 상대 공약을 가져와 이름만 바꿔 내놓는다. 지역 여건은 빠지고 듣기 좋은 말만 남는다. 공약은 많지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실천이 없는 공약은 공허하다. 지금의 재생에너지 공약이 그렇다.
현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발전소는 늘었지만 전기는 보내지 못한다. 특정 지역에서는 접속 대기가 수년씩 쌓여 있다. 설비를 지어 놓고도 가동하지 못하거나 출력 제한을 반복한다. 태양광은 낮 시간마다 멈추고 사업자는 손실을 감수한다. 생산은 늘었지만 전기는 갈 곳이 없다.
돈이 들어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국비와 보조금이 붙는 순간 참여 방식이 바뀐다. 오래 운영할 능력보다 사업을 따낼 수 있는지가 먼저가 된다. 경험이 부족한 업체도 공사비를 보고 뛰어든다. 일부 지역에서는 같은 사람이 여러 필지를 나눠 신청하거나 시공 경험이 없는 업체가 하도급으로 참여하는 일이 반복된다. 발전소는 장기 운영 대상이 아니라 한 번 따내는 사업으로 취급된다.
농지 태양광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사와 발전을 함께 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 행태가 우려된다. 작물 재배는 최소 수준에 머물고 발전 설비만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농사보다 서류 맞추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책 취지와 실제 운영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걸러낼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누가 끝까지 운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약하다. 금융기관은 담보와 서류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정은 절차가 맞는지만 본다. 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수익이 유지되는지에 대한 점검은 뒤로 밀린다.
이대로 가면 결과는 분명하다. 설비 수는 늘어나지만 운영 수준은 떨어진다. 출력 제한은 더 잦아지고 수익은 불안해진다. 결국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자까지 같은 평가를 받는다.
답은 복잡하지 않다. 더 많이 짓는 것보다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먼저다.
누가 사업을 맡을지 부터 따져야 한다. 시공 경험이 있는지, 운영을 해본 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융도 담보보다 실제 수익 흐름을 봐야 한다. 정책 자금도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계별로 점검하면서 나눠 집행할 필요가 있다. 사후 관리도 서류 확인이 아니라 실제 운영 상태를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공은 정치로 넘어간다.
이번 지방 선거 당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약을 발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 정하고, 부실 사업을 걸러내고, 지역 상황에 맞게 실행하는 일은 당선자의 책임이다. 선거가 끝나면 공약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이미 전제가 됐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제대로 가고 있는지다. 공약은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이다. 그리고 실행은 검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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