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재생에너지 ‘속도전’ 속 반복되는 논란… 절차·검증·금융까지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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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방향은 정해졌다.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강조하자 정부의 움직임도 빠르게 이어졌다.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인식도 분명해졌다.
실제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의무화,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등 후속 과제가 짧은 시간 안에 동시에 제시됐다. 방향은 명확하다. 다만 그 속도를 뒷받침할 기준과 설계가 현재 까지는 충분하지 않다.
정책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과정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사업자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예산은 어떤 절차로 집행되는지, 이해충돌을 막는 장치는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이다. 장기 성과를 전제로 하는 정책일수록 추진 과정에 대한 검증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흐름은 이 균형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이 같은 우려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는 보조금 부정 수급과 내부 규정 위반이 동시에 드러났고 부실 대출 문제도 뒤따랐다. 사업자 검증이 느슨해질 경우 정책 자금은 산업 기반이 아니라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추진 단계에서는 필요성과 속도가 강조됐고 문제는 사후에 드러났다.
현재 시장에는 서로 다른 수준의 사업자가 혼재돼 있다. 기술과 운영 경험을 갖춘 사업자와 단기 수익을 노리는 참여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경쟁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물량 확대만 이어질 경우 설비 품질과 금융 건전성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정책의 초점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참여 기준의 정교화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금융의 역할도 다시 짚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자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검증된 사업자에게는 정책 자금 대출 등 시드머니를 통해 진입 기반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자금 지원이 기준 없이 확대될 경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검증을 거친 선별적 금융은 산업의 기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늦출 이유는 없다. 다만 속도를 설명할 책임은 남아 있다. 정부의 의지와 정책 방향이 분명한 만큼 그 실행 과정 역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준과 검증, 그리고 자금 공급 방식이 함께 제시될 때 정책은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정책의 설계와 참여자들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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