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원전 단가가 싸다는데 왜 여전히 태양광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 이슈&피플

본문 바로가기

이슈&피플

[태일루의 시선] 원전 단가가 싸다는데 왜 여전히 태양광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profile_image
태일루 기자
2025-12-08 12:42 0

본문

한국 전력 구조를 보면 출발점은 분명하다. 원자력은 현재 전체 발전량의 30% 안팎을 담당하고 있다. 석탄과 가스 등 화석 연료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는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전 비중이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에서 화석 연료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재생 에너지 확대는 더디다는 것이 현재의 전력 믹스이다. 이 구조만 보면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을 일정 부분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e9ec552e770a43f5c74ba63dc7beb26d_1765165348_993.png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실제로 원전 확대론이 기대는 논리에는 일정한 타당성이 있다. 한 번 건설해 가동에 들어간 원전은 연료비 비중이 낮고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전력을 생산한다. 특히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처럼 정전 위험을 꺼리는 산업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24시간 안정적인 기저 전원 확보는 정책적으로도 무시하기 어렵다. 또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국제 연료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한 전원을 유지하려는 시도에는 에너지 안보라는 명분도 존재한다. 좁은 국토와 산지 비중을 고려하면 단위 부지당 발전량이 큰 원전을 일부 활용하자는 주장도 일정 부분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가 곧바로원전을 더 많이 지어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 원전 건설은 착공에서 상업운전까지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 정책 방향이 바뀌고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 지연과 금융 비용 증가가 반복된다. 흔히원전은 단가가 싸다는 주장은 완공된 이후 안정 가동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건설 지연과 정책 리스크 그리고 폐기물 관리와 해체 비용을 포함하면 경제성은 생각보다 훨씬 불확실하다.

기후 목표와의 시간차도 이미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새로 짓는 원전이 발전에 들어가는 시점은 대부분 2035년 이후이다. 단기 감축이 중요한 2035년 전후의 10년 동안 온실 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전원은 설치 기간이 짧은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저장 장치와 수요관리 기술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의 문제를 고려하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지역사회 수용성도 원전 정책의 중요한 제약이다. 최근 마포구 소각장 논란에서 확인됐듯이 혐오 혹은 위험 시설로 인식되는 기반 시설은 주민 반발이 매우 크다. 소각장만으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방사능과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있는 원전을 선뜻 수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입지 갈등이 심화되면 사업 속도는 늦어지고 비용은 증가한다.

사회적 갈등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원전의 발전 기여도를 10%만 늘리려 해도 신규 원전 3~4 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어디에 지을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어느 지역도 신규 원전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실제 부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은 다시 건설 기간과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실은 이러한데도 일부 집단은 재생 에너지의 한계를 의도적으로 부각하며 원전이 가장 값싼 전원이라는 주장만을 강조한다. 발전 단가가 건설 지연과 금융, 그리고 사회적 갈등 같은 외부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된다.

재정과 전기요금 측면에서도 고민은 남아 있다. 한국전력이 큰 적자와 부채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형 원전 투자를 또다시 확대하는 것은 재무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원전에 투입되는 자본은 같은 기간 재생 에너지와 저장 장치 그리고 계통 인프라에 투자될 수 있는 자금이기도 하다. 어떤 전원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가 결국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판단이 된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 에너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설비 단가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모듈 효율은 개선되고 있다. 공장 지붕과 물류센터 주차장 같은 기존 시설을 활용한 분산형 설치가 가능해 입지 갈등을 줄일 여지도 있다. 설치 기간이 짧고 모듈화되어 있어 정책 환경에 맞춰 속도를 조정하기도 수월하다. 저장 장치나 분산 자원 기술이 결합되면 간헐성 문제는 점차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들어온다.

한국의 재생 에너지 비중이 낮다는 점은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 여지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원전 비중은 세계 상위권이고 앞으로 줄여야 할 전원은 석탄과 가스이다. 이 구조를 감안하면 재생 에너지 확대를 중심에 두고 원전을 한정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이 보다 현실적이다.

원전 확대론은 부분적으로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원전을 더 지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주장은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 그리고 기후 목표의 시간축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약하다.

결론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전력 정책에서 원전은 여전히 중요한 한 축으로 남겠지만 중심축은 아니다. 전력 전환의 핵심은 재생 에너지이고 특히 태양광이다. 단기 감축 목표와 산업 경쟁력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태양광 중심의 전력 구조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64 건 - 1 페이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40년에도 석탄은 ‘안보전원’으로 남기고 미래 불확실한 수요로 화석연료를 더할 …

기후솔루션이 정부가 수립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두고 미래 전력수요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LNG 발전을 확대하고 폐지 대상 석탄발전까지 ‘안보전원’으로 남길 경우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기후솔루션은 2…

정운 기자 21시간 53분전

[태일루의 시선] 전기는 필요한데, 어디에도 지을 곳이 없다

대한민국이 AI 강국을 외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인공지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AI 산업을 이야기하면 첨단 반도체와 데이터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전기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컴퓨팅 능력의 경쟁이고 컴퓨팅 능력은 막대한 전력 소비를 동…

태일루 기자 2026.08.20

30년 전부터 기후위기 알았던 한전…누적배출 비용 4870억 달러 이상·조기 사망 위험 35만 명 기여

1996년 한전 경영진단, 기후규제·화석연료 위험 이미 경고…그 뒤 30년간 화력발전 확대 이어와한전·발전5사 2011~2023년 누적배출 약 26억 톤…전문가 분석 “사회적 비용 최소 4870억 달러”기온 관련 조기 사망 위험에도 약 35만 명 기여 추정…“몰랐던 위…

박담 기자 2026.08.19

폭염·가뭄 시대 원전의 숨겨진 약점…먼저 필요한 것은 막대한 '냉각수'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원자력발전의 또 다른 취약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로 막대한 냉각수 의존성이다.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탄소중립 시대의 주요 전원으로 거론되지만,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대규모 수자원을 지속적으로…

정운 기자 2026.08.10

[태일루의 시선] 송전선만이 답은 아니다…수력발전이 여는 재생에너지 계통 혁신

EU ‘25GW 하이브리드 발전’이 한국 전력정책에 던지는 과제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발전설비가 아니라 계통이라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Ember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 주요 국가들이 기존 수력발전소의 계통 접속설비를 풍력·태양광…

태일루 기자 2026.08.05

[태일루의 시선] 태양광 이격거리 개편의 마지막 과제

태양광 산업이 또 하나의 중대한 제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 운영해 온 이격거리 규제를 국가 기준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지역에 따라 300m에서 500m, 일부 지역에서는 1km…

태일루 기자 2026.07.27

[태일루의 시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대, 내재 탄소를 설명하지 못하면 국경을 넘지 못한다

2026년 1월부터 탄소는 실제 비용이 된다. 유럽연합이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 즉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이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경을 넘는 제품에 탄소 배출량만큼의 비용이 부과된다. …

태일루 기자 2025.12.29

출력제어 5개월간 316회·16만1805MWh…송전망 병목이 원인인데.. '재생 에너지 탓', '원전 확대'…

전력망 부족으로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고도 가동을 멈추는 출력제어가 올해 들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5월 출력제어는 316회, 제어량은 16만1805MWh를 기록했다. 불과 5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기록인 281회와 16만9812MWh의 95.3%에 도달했…

박담 기자 2026.07.23

[태일루의 시선] "빨리 참여하라"…답보다 홍보만 남긴 마지막 RPS 고정가격 경쟁입찰 설명회

마지막 RPS 입찰 설명회, 시장에 확신보다 불안만 남기다올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이 시작됐다. 정부는 모집 물량 1000MW를 공고하고 상한가격을 kWh당 147.6원으로 지난해보다 5% 인하했다.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낮아졌다는 것이 이유다.그러…

태일루 기자 2026.07.21

메가프로젝트 전력수요 논란…기후단체 "화석연료 확대 명분 돼선 안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4755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기후·에너지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산업 육성이 화석연료 발전 확대의 명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기후솔루션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는 15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

정운 기자 2026.07.15

[태일루의 시선] 원전 만능주의, 토건의 망령을 벗어나야 한다

원전은 말하지만 갈등은 말하지 않는 원전 옹호론자들적대적 진영 논리로 근본적 문제 외면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원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니 결국 답은 원전이라는 주장이다. 원전은 안정적이고, 재생에너…

태일루 기자 2026.07.14

[태일루의 시선] AI는 전기를 먹는다… 국가 AI 시대, RE100을 다시 생각할 때

미국의 인공지능(AI) 정책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얼마 전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정부가 AI 기업의 지분 일부를 보유해 그 수익을 국민과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AI가 만들어내는 부를 소수 기업이 독점하기보다 사회 전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구조를…

태일루 기자 2026.07.08

전기차 판매는 질주하는데 충전은 '대기'… 인프라 없이 규제만 앞서는 정부 정책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 42.7% 증가… 점유율 역대 최고충전기는 49만기 넘어섰지만 급속충전기 부족·2,700기 장기 방치PHEV 7시간 제한 등 규제 강화…"인프라 확충이 먼저" 지적고유가와 정부 보조금,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가 맞물리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정운 기자 2026.07.03

[태일루의 시선] 수도권 중독증과 기득권 카르텔, ‘3대 메가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지 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4,755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평택·용인과 호남, 충청, 영남권 반도체·AI 사업에 2,655조원을 투자하고, SK그룹은 전국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에 2,100조원을 투입한다. 청와…

태일루 기자 2026.06.30

“ESG 펀드인데 화석연료 투자?”…한국, ‘그린워싱 규제 공백’ 드러나

글로벌 ESG 펀드 시장, 2019년 5100억 달러 → 2025년 4조 1300억 달러로 약 8배 성장 국내 ESG 펀드 시장도 9조 3800억 원 규모로 확대, 전년 대비 37% 증가 미국·EU·싱가포르, ESG 펀드에 최소 70~80% 투자 기준…

정운 기자 2026.06.29
기사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