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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 이면 합의, 국익 침해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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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담 기자
2025-08-20 12: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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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맺은 비공개 합의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한·미 정상회담 시 원전 수출 협력 MOU를 체결하며 외교적 성과를 강조했으나 직후 체결된 ‘글로벌 합의’의 구체 조항은 비밀에 부쳐졌다. 표면적으로는 수년간 이어진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짓는 화해였지만 그 속내가 알려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언론은 이 합의가 단순한 분쟁 종결이 아니라 사실상 체코 원전 계약을 위한 조건부 승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원전 1기당 6억5천만 달러 규모의 조달 의무, 1억7천5백만 달러의 기술 로열티, 그리고 50년에 이르는 장기적 의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을 수출할 경우 WEC의 ‘기술 독립성 검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보도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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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조건이 사실이라면 체코 수주로 기대했던 ‘팀 코리아’의 이익은 상당 부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중소 기업이 참여해 설비·기자재를 공급하는 구조에서 WEC에 대한 수십억 달러 조달 의무는 한국 기업의 몫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SMR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세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부터 사실상 미국 기업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구조라면 한국의 독자적 기술 주권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체코 프로젝트는 지난 6월 본계약 서명으로 마무리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WEC와 프랑스 EDF는 입찰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시도했고 체코 당국의 심사와 법원 판단이 이어졌다. 결국 한국이 우선협상 지위를 지켜내면서 계약은 성사됐지만 그 사이 물밑에서 맺어진 비공개 합의는 체코보다 한국 내부의 문제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외교적 성과로 포장된 사업이 사실상 ‘조건부 수주’라는 점에서 국민적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수익 가능 범위 내에서 합의했다”고 해명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10년 3천만 달러 수준이던 라이선스 계약과 달리 이번엔 건별·장기 계약으로 과도한 부담을 떠안았다”고 반발한다. 더구나 조항 자체가 50년 장기 적용이라면 향후 다른 해외 수주 사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단순히 체코 건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사실관계 점검에 나섰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관련 자료 제출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공개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국민과 국회의 감시를 피한 것은 민주적 통제 원리를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원전 수출은 국가 기간 산업과 직결된 만큼 최소한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향후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체코 원전 수주가 한국 원전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외교적 성과로 평가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조달·로열티 의무와 기술 독립성 제한을 떠안는다면 이는 ‘승자의 덫’이 될 수밖에 없다. 국익이 장기적으로 훼손될 소지가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비공개 합의의 전모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고 필요하다면 계약 파기까지 포함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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