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재생 에너지 1위, 원전 2위…에너지 여론을 오독해온 정치와 언론의 책임 > 이슈&피플

본문 바로가기

이슈&피플

[태일루의 시선] 재생 에너지 1위, 원전 2위…에너지 여론을 오독해온 정치와 언론의 책임

profile_image
태일루 기자
2026-01-23 12:48 0

본문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신규원전 계획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향후 확대가 가장 필요한 발전원으로 재생에너지가 1위, 원자력이 2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단순한 선호 조사라기보다 국민이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순위의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동시에 상위에 위치했다는 구조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인식은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향후 확대가 필요한 발전원으로 재생에너지를 꼽은 응답은 48.9%로 가장 많았고, 원자력은 38.0%로 뒤를 이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재생에너지가 43.1%, 원자력이 41.9%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두 조사 모두에서 재생에너지가 1위, 원전이 2위라는 순서는 동일했다. 이는 특정 진영의 주장이라기보다 국민 다수가 공유하는 인식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미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친환경성’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환경 담론을 넘어 산업과 세대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d5beef9fb8017f1a9247848bdef41589_1769140090_9994.png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원전에 대한 인식은 보다 복합적이다.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89.5%,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82.0%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원전을 무조건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찬반이 보다 분명히 갈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추진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69.6%, ‘중단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22.5%였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추진 61.9%, 중단 30.8%로 나타났다. 원전은 필요하지만 조건 없는 확대 대상은 아니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원전 선호의 회귀’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국민이 한쪽을 선택했다는 결론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단계와 역할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미래의 중심이고 원전은 현실의 보완 수단이라는 인식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여전히 이 문제를 이념의 언어로 단순화해왔다. 탈원전과 친원전이라는 구호는 정책 설계와 전력 시스템 논의보다 앞서 소비됐고, 에너지 믹스는 기술과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진영 선택의 문제로 포장됐다. 그 결과 실제 여론의 결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 단순화에 대한 반론에 가깝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많은 응답이 몰리면서도 원전이 근소한 차이로 뒤따르는 구조는 갈라진 여론이 아니라 현실적 판단을 보여준다. 국민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라는 질문 자체를 현실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너지 정책 논의가 다시 국민 인식과 어긋나지 않으려면 질문의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어떤 발전원이 옳으냐를 묻는 대신 어떤 비율과 속도로 전환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정치적 상징이나 진영 논리가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다.


재생에너지 1위, 원전 2위라는 결과는 정책 실패의 증거도 특정 진영의 승리도 아니다. 이는 에너지 문제를 이념이 아니라 결과와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국민 인식의 단면이다. 여론은 이미 한발 앞서 있다. 이제 그 현실을 따라가야 할 쪽은 정치와 정책이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73 건 - 1 페이지

[태일루의 시선] 매뉴얼은 있지만 알려주지도 않고 작동하지도 않는다

재생에너지 전환,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친환경 에너지 웹진에서 일하면서 적지 않은 제보를 받는다. 대부분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하소연이다. 사업 과정에서 겪는 불편과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룬다. 물론 모든 주장이 타당한 것은 아니다. 자…

태일루 기자 2026.10.20

계통정보 공개기준 7년째 '공백'…태양광 사업자, 불투명한 계통정보에 기후부 상대 헌법소원

- 여유용량 확인 후 허가 신청했지만 '접속 불가'로 불허가…부지·인허가 비용 고스란히 손실- 기후솔루션·전국태양광발전협회 기자회견…부령 제정·공개 범위 확대 촉구- 접속 문 넓힌 정부, 2030년 100GW 실현하려면 투자 예측가능성도 확보해야태양광 발전사업자가 전력…

박담 기자 2026.10.15

[태일루의 시선] 장기계약은 이미 있었다… 정부의 RPS 개편 홍보가 외면한 시장의 현실

정부가 15년간 운영해 온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폐지하고 새로운 계약시장 도입을 추진하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대중적 영향력이 큰 유튜브 경제 채널에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를 출연시키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편…

태일루 기자 2026.10.09

[태일루의 시선] 태양광은 민간이 키웠다…간헐성 해법 ESS도 ‘돈 되는 투자’로 만들어야

정부, ESS·유연접속 확대에도 민간투자 유인은 부족출력제어 늘수록 발전사업자 손실…잉여전력 저장으로 돌려야ESS 가중치·시간대별 보상 등 계통 기여에 인센티브 필요태양광 발전의 가장 오래된 약점은 간헐성이다. 해가 뜨면 발전하고 해가 지면 멈춘다. 구름이 지나가도 출…

태일루 기자 2026.09.29

[태일루의 시선] 전기는 수도권으로, 송전탑은 지방에… ‘47% 감축’의 이면

정부가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송전탑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선로와 신설 선로를 통합하고 인구밀집 지역에서는 지중화를 확대한다. 계획대로라면 4,700여 기에 이르는 송전탑을 2,500여 기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최대 47% 감축이다. 송전선…

태일루 기자 2026.09.20

제12차 전기본에 ‘안보전원’ 없는 로드맵을… “NDC 달성에 부합하는 조기 탈석탄 경로 수립해야”

'화석연료를넘어서', 기후부 공개토론회 앞서 완전한 탈석탄 로드맵 수립 촉구발전소별 폐쇄 시점·연도별 감축 목표 명시하고 모든 석탄 존치 예외 철회 요구“신규 LNG 확대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노동자·지역사회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 추진해야” 전국 탈화석연료 네트…

정운 기자 2026.09.18

[태일루의 시선] 호남 반도체의 물,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새로운 숙제가 등장했다. 물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용수는 전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생산라인은 막대한 양의 물을 끊임없이 사용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총량보다 안정성이다. 비가 많이 온 해에 물이 넘치고 가뭄이 든 해에 부족하다면 평균 공급량은 큰 …

태일루 기자 2026.09.17

“2030년까지 태양광 87GW, 가능한가”…전국 입지·전력망 데이터로 답한 ‘대한민국 햇빛지도’

기후솔루션, 전국 태양광 입지 잠재량·배전망 여유용량 통합 웹페이지 공개전국 물리적 설치 잠재량 398.2GW…영농형으로 256G.4W, 건물 지붕·주차장으로 51.6GW배전망 수용 여력 74GW, 송전탑 추가 대신 주변압기·배전선로 보강으로만 182.2GW로 확대 추…

정운 기자 2026.09.17

[태일루의 시선] 4개월 만에 20% 뛴 전력수요, 정부는 이 숫자를 믿으라는 것인가

2040년 최대전력 전망치, 불과 넉 달 만에 27GW 늘어나AI와 반도체라는 이름만 바꿔 과거의 예측 실패 반복기업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 목소리 들어야국가의 전력계획은 숫자에서 시작한다. 앞으로 전기를 얼마나 사용할지 예측하고,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얼…

태일루 기자 2026.09.01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40년에도 석탄은 ‘안보전원’으로 남기고 미래 불확실한 수요로 화석연료를 더할 …

기후솔루션이 정부가 수립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두고 미래 전력수요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LNG 발전을 확대하고 폐지 대상 석탄발전까지 ‘안보전원’으로 남길 경우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기후솔루션은 2…

정운 기자 2026.08.24

[태일루의 시선] 전기는 필요한데, 어디에도 지을 곳이 없다

대한민국이 AI 강국을 외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인공지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AI 산업을 이야기하면 첨단 반도체와 데이터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전기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컴퓨팅 능력의 경쟁이고 컴퓨팅 능력은 막대한 전력 소비를 동…

태일루 기자 2026.08.20

30년 전부터 기후위기 알았던 한전…누적배출 비용 4870억 달러 이상·조기 사망 위험 35만 명 기여

1996년 한전 경영진단, 기후규제·화석연료 위험 이미 경고…그 뒤 30년간 화력발전 확대 이어와한전·발전5사 2011~2023년 누적배출 약 26억 톤…전문가 분석 “사회적 비용 최소 4870억 달러”기온 관련 조기 사망 위험에도 약 35만 명 기여 추정…“몰랐던 위…

박담 기자 2026.08.19

폭염·가뭄 시대 원전의 숨겨진 약점…먼저 필요한 것은 막대한 '냉각수'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원자력발전의 또 다른 취약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로 막대한 냉각수 의존성이다.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탄소중립 시대의 주요 전원으로 거론되지만,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대규모 수자원을 지속적으로…

정운 기자 2026.08.10

[태일루의 시선] 송전선만이 답은 아니다…수력발전이 여는 재생에너지 계통 혁신

EU ‘25GW 하이브리드 발전’이 한국 전력정책에 던지는 과제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발전설비가 아니라 계통이라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Ember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 주요 국가들이 기존 수력발전소의 계통 접속설비를 풍력·태양광…

태일루 기자 2026.08.05

[태일루의 시선] 태양광 이격거리 개편의 마지막 과제

태양광 산업이 또 하나의 중대한 제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 운영해 온 이격거리 규제를 국가 기준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지역에 따라 300m에서 500m, 일부 지역에서는 1km…

태일루 기자 2026.07.27
기사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