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유럽 공장에 ‘탄소청구서’ 온다…CBAM 비용, 공시보다 최대 70배 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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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유럽 공장의 철강 관련 CBAM 비용 2030년 최대 9920만 달러 추정… 미공개 시 1억 2900만 달러까지 확대 가능
현대차 공시액 21억 원은 “2030년 전망치라기보다 2026년 과도기 비용에 가까워”
현대제철은 유럽 고객에 CBAM 비용 시나리오 설명… 현대차그룹 투자자에겐 산정 근거 충분히 공개 안 돼
기후솔루션, “한국 대표 제조기업일수록 공급망 탄소비용과 산정방식 투명하게 공개해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공급망 탄소비용 관리와 공시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럽 공장에서 부담하게 될 철강 관련 CBAM 비용이 회사가 공시한 수준보다 최대 70배까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핵심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의 리스크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BAM 비용은 추상적인 규제가 아니라 실제 시장가격과 연동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2분기(4~6월) 적용 CBAM 인증서 가격을 톤당 75.36유로로 고시했다. 이는 EU 배출권거래제(EU ETS) 경매가격의 가중평균을 반영한 수치로, 향후 탄소가격이 상승할 경우 완성차와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CBAM 비용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결국 탄소배출 저감과 저탄소 철강 조달은 환경경영을 넘어 기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공장의 철강 관련 CBAM 비용은 2030년 기준 최소 5,950만 달러, 최대 9,920만 달러로 추산됐다. 한화로는 약 875억 원에서 1,460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검증된 실제 배출량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EU 기본값에 30%의 가산이 적용될 경우 비용은 최대 1억2,9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체코공장의 2030년 CBAM 관련 예상 비용을 약 21억 원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2030년 적용 기준이 아니라 2026년 과도기 조건을 적용한 수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2030년에는 CBAM 적용 비율이 현재보다 크게 높아지는 만큼 공시된 비용만으로는 향후 재무적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용 규모보다 더 큰 문제는 공시의 투명성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철강의 탄소집약도, 차량 1대당 철강 사용량, 한국산과 유럽산 철강의 조달 비중, 고로와 전기로 생산 방식, CBAM 산정 방법론 등 비용 산출의 핵심 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공시된 수치가 어떤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됐는지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고, 실제 재무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기아의 대응은 더욱 소극적이다. 슬로바키아 공장은 실무적 가정에 기반한 하한 추정치만으로도 현대차 체코공장보다 더 큰 CBAM 비용이 예상되지만, 기아는 별도의 비용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제한적이나마 수치를 제시한 것과 달리 기아는 핵심 생산거점의 부담 규모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룹 내부에서 동일한 정보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독일과 체코, 슬로바키아 등 유럽 고객사를 대상으로 CBAM 설명회를 열어 철강의 탄소집약도와 배출 데이터, 비용 시나리오 등을 상세히 공유했다. 그룹 내부에는 이미 관련 데이터와 분석 체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같은 그룹의 투자자들에게는 동일한 수준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데이터가 부족해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범위를 선택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 고객에게는 비용 시나리오까지 설명하면서 정작 주주와 투자자에게는 최소한의 숫자만 제시하는 태도는 투명경영과도 거리가 멀다.
현대차그룹의 대응은 글로벌 탄소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현재 CBAM은 완성차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EU는 2028년 이후 자동차 부품 등 약 180개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가 확대되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물론 기아의 상용차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CBAM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응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검증된 실제 배출량 데이터를 제출하면 30%의 추가 가산을 피할 수 있고, 현대제철의 저탄소 철강 전환과 전기로 확대, 수소환원제철 도입, 유럽산 저탄소 철강 조달 확대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나 수단의 부재가 아니라 대응 속도와 경영진의 문제 인식에 가깝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품질과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를 지나 공급망의 탄소경쟁력이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완성차 업체의 원가와 수익성, 수출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유럽 고객에게는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시장과 투자자에게는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CBAM을 먼 미래의 규제로 취급하거나 과도기 비용만으로 장기 부담을 설명하려는 태도로는 급변하는 유럽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CBAM은 더 이상 선언적 환경 규제가 아니다.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직접 반영되는 현실의 비용이다. 현대차그룹이 불투명한 공시와 소극적인 정보 공개에 머문다면 감당해야 할 것은 탄소비용만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저하와 투자자 신뢰 상실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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