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중점관리? 기후위험 관리 수준 오히려 역행”…국민연금, ‘기후 스튜어드십’ 실효성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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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험 대화 대상 및 횟수, 2024년 29개사 → 2025년 13개사, 32회 → 20회로 모두 급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공개 관여활동 8건, 주주제안 2회…기후 관련 공개 관여·주주제안은 전무 국내 채권 28.6%만 책임투자 분류, 234조 원 대체투자 책임투자 사각지대…자산군별 관리전략 필요 |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국가 경제와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이 기후위험 관리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 부문에서 사실상 100% 책임투자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전략은 ESG 평가를 투자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이끄는 적극적인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 역시 2024년보다 감소해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이 6일 발간한 보고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 이행 현황 및 기후 스튜어드십코드를 위한 제언’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관여활동, 채권·대체투자,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하고, 기후위험 대응을 수탁자책임의 핵심 과제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에서 각각 100% 책임투자를 적용한다고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투자 방식은 주로 ESG 평가에 기반한 통합전략이다. 이 방식만으로는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적극 투자하거나, 기후위험이 큰 기업을 적극 배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국민연금 국내주식 상위 20개 종목 구성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 책임투자’라는 숫자와 실제 투자 변화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뜻이다. 즉, 국민연금은 ESG를 고려해 투자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투자 대상을 바꾸거나 기업의 기후 대응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관여활동에서도 공백이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2025년 ‘중점관리사안’ 및 ‘예상밖우려’ 사안으로 총 128개 기업과 대화를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5년 누적 기준 기업당 평균 대화 횟수는 1.88회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이 통상 약 2년간 비공개 대화를 진행한 뒤 공개 관여활동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평균 2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화만으로 기업의 개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기후위험 관련 관여활동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지점이다. 국민연금은 2024년 기후위험을 주제로29개 회사와 32회 대화를 진행했지만, 2025년에는 13개 회사와 20회 대화에 그쳤다. 대상 기업 수는 절반 이상 줄었고, 대화 횟수도 감소했다. 반면 기후위험을 이유로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한 사례나 주주제안을 시도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기후위험을 투자 리스크로 관리하겠다는 원칙은 있었지만,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긴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이런 흐름이 단순한 활동량 문제가 아니라 수탁자책임의 실행 구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약 9년간 공개 관여활동을 진행한 기업은 8개, 주주제안은 2회에 그쳤다. 기후위험이 국민연금의 장기수익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무적 위험으로 부상했음에도, 국민연금의 관여활동은 여전히 비공개 대화 중심의 낮은 강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채권과 대체투자 영역의 책임투자 공백도 문제로 지적됐다. 채권의 경우 국내 채권의 약 28.6%만이 책임투자로 분류되어 있어 범위가 제한적이다. 또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2026년 2월 말 기준 약 234조 4000억 원으로 전체 기금자산의 14.6%를 차지한다. 그러나 현행 국민연금법과 수탁자책임활동지침상 책임투자 적용 대상은 사실상 주식과 채권에 한정돼 있어, 대체투자는 책임투자 체계에서 배제되어 있다. 특히 인프라 투자는 발전, 자원·에너지, 수송, 디지털 등 탄소배출과 기후위험에 밀접한 분야를 포함하지만 사업 유형과 기후위험 정보 공개는 충분하지 않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 자산의 약 15%는 기후위험 관리 체계 밖에 방치된 셈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26년 정기주총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LG화학 정기주총에서 외국계 기관투자자가 제안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창설 안건에 반대한 것은 한계로 꼽혔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가결되더라도 이사회를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다만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ESG 이슈에 대해 주주제안이 가능하도록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이사회 권한 제한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 행사를 공시한 LG화학 기관투자자 66곳 가운데 국민연금을 제외한 65곳이 해당 안건에 찬성한 것과도 대조된다.
보고서는 기후 스튜어드십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① 자산 유형별 책임투자 전략 적용 ② 관여활동 실행력 강화 ③ 기후정보 공시 및 수탁자책임활동 보고 강화 ④ 거버넌스 개선 및 수책위 권한 강화 네 가지를 제시했다.
보고서 저자인 장연주 기후솔루션 투자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의 기후 스튜어드십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식은 섹터별 기후위험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 관여활동이 핵심이 돼야 하고, 채권·대체투자에는 온실가스 과다배출 사업에 대한 투자배제 전략을 집중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매출 50% 기준, 국내자산 2030년 적용의 탈석탄 전략의 경우도 국제 기준에 비해 과도하게 완화되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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