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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20% 수준 배출권 가격… K-MSR이 감축 신호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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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담 기자
10시간 48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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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출권 2만8000원, EU는 13만2000원… 가격 격차 여전

철강·석유화학 100% 무상할당 지속… 탄소가격 신호 약화 지적

정부 K-MSR 도입 추진… 단순 가격 안정 넘어 감축 투자 유도할지 주목


국내 배출권 가격이 유럽연합(EU)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시장안정화예비분(K-MSR)이 배출권거래제의 탄소 감축 신호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회 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과 기후솔루션은 1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배출권거래제 개선과 K-MSR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국회토론회를 개최한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부와 국회, 전문가들이 배출권 시장 안정화와 산업계의 실질적인 탈탄소 전환 방안을 논의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 탄소 비용을 부과해 감축 투자와 저탄소 생산공정 전환을 유도하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량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과 배출권을 구매하는 비용을 비교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배출권 가격이 충분한 수준에서 형성돼야 시장을 통한 감축 유인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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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 배출권 시장은 그동안 이러한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8월 말 국내 배출권 가격은 약 2만8000원으로 EU 배출권거래제 가격인 약 13만2000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단순 비교하면 유럽 기업이 시장에서 마주하는 탄소가격이 국내보다 약 5배 높은 셈이다.


낮은 배출권 가격에 무상할당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탄소비용은 더욱 낮아진다. 제4차 계획기간에도 철강과 석유화학 등 주요 다배출 산업에는 100% 무상할당이 적용되고 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일수록 대규모 설비투자와 생산공정 전환이 필요하지만 정작 이를 유도해야 할 경제적 신호는 충분하지 않은 구조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은 한번 투자하면 설비를 장기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현재의 탄소가격뿐 아니라 앞으로 탄소가격이 어느 수준까지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배출권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조원 규모의 탈탄소 투자를 서두를 이유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K-MSR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4월 개정된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에는 경매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경매 물량을 조정하고,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예비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시장의 배출권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 급등락을 완화하고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관건은 K-MSR을 어떤 철학으로 운영하느냐다.


가격이 오르면 물량을 풀고 떨어지면 물량을 줄이는 단순한 가격 안정 장치에 머문다면 배출권거래제의 본래 목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 전환을 충분히 끌어내기 어렵다. 반대로 배출권 가격의 과도한 하락을 막고 미래 탄소가격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다면 기업의 중장기 감축 투자를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이 예상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 어느 가격 수준에서 시장에 개입할 것인지, 얼마만큼의 물량을 회수하거나 공급할 것인지가 정책 판단에 따라 수시로 달라진다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K-MSR의 가격 기준과 물량 조정 원칙을 투명하고 일관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K-MSR 하나만으로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배출허용총량을 얼마나 빠르게 줄여나갈 것인지, 다배출 업종에 대한 무상할당을 어떤 속도로 축소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시장에 배출권이 구조적으로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교한 안정화 장치를 도입해도 강력한 탄소가격 신호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K-MSR 도입의 성패는 배출권 가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보다 탄소 감축의 비용을 시장에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아직 EU의 5분의 1 수준이다.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것과 기업이 실제 투자 결정을 내릴 정도의 탄소가격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K-MSR이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이 될지, 사라진 감축 신호를 되살리는 전환점이 될지 향후 제도 설계와 운영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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