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싸게, 저녁은 비싸게… 전기요금, 시간대로 재편된다
본문
낮 시간 전기요금을 낮추고 저녁 시간 요금을 높이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이 시행된다. 전력 수요를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낮으로 유도하고 저녁 시간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오는 4월 16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전체 전력 소비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을) 고객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되며, 전기차 충전요금에도 순차적으로 반영된다.
개편의 핵심은 시간대별 요금 구조 조정이다. 기존에는 평일 낮 시간대가 최고요금 구간이었으나, 개편 이후에는 중간요금으로 낮아진다. 반대로 저녁 18시부터 21시까지는 최고요금 구간으로 조정된다. 전력 공급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봄·가을 주말과 공휴일 낮 시간에는 전력량 요금을 50% 할인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는 크게 ‘갑’과 ‘을’로 구분된다. 산업용(갑)은 소규모 공장과 일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단순 요금 체계로, 시간대 구분 없이 비교적 일정한 요금이 적용된다. 반면 산업용(을)은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며, 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로 나뉘는 시간대별 요금 구조가 적용된다. 전력 사용 시점에 따라 요금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번 개편과 같은 시간대 조정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집단이다.
정책 설계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수급 구조 변화가 있다. 낮 시간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는 반면 해가 지는 저녁 시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낮 시간 전력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태양광 발전 활용도를 높이고, 화력발전 가동을 줄여 에너지 비용 부담과 외부 리스크를 동시에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계에는 일부 준비 기간도 부여됐다. 개편 적용 유예 신청을 받은 결과, 산업용(을) 소비자의 약 1.3%인 514개 사업장이 유예를 신청했다. 해당 기업들은 9월 말까지 조업 시간 조정 등 대응을 마친 뒤 10월부터 개편 요금을 적용받는다. 업종별로 특정 산업에 쏠림 없이 개별 기업의 전력 사용 패턴에 따라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충전요금도 변화한다. 자가용 충전기와 공공 급속충전기를 중심으로 봄·가을 주말 낮 시간(11~14시)에 50% 수준의 전력량 요금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일부 민간 사업자도 참여가 예상되며, 정부는 참여 사업자 공개 등을 통해 정책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향후 전기요금 체계 전반으로 확대된다. 산업용(갑)과 일반용, 교육용 등 다른 요금 체계는 6월부터 순차 적용되며, 주택용 역시 선택형 시간대 요금제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전력 소비 구조를 가격 신호로 조정하는 방향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