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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헤일메리

[오동진의 헤일메리] 천연 에너지 자원이 무기화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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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18시간 4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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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탈럼 때문에 벌어진 요인 암살극 <더 건맨>

수자원을 무기화하려는 비밀 조직 이야기 <007 퀀텀 오브 솔러스>

강원도 텅스텐 광산도 언젠가 첩보 액션영화의 배경이 될 수도



자존심 강한 배우 숀 펜이 55세 때 출연한 영화 <더 건맨>(2015)은 사실 ‘솔라 타임즈’에서 다루기에는 약간 아전인수, 혹은 억지 춘향 격인 측면이 있다. 이게 과연 에너지 자원에 대한 얘기일까? 영화는 영국∙프랑스∙스페인 합작영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한 미국영화이다. 감독인 피에르 모렐은 프랑스 출신으로 뤽 베송 사단이었다. 원래는 촬영감독이다. 히트작이 꽤 많은데 그중 <트랜스포터>(2002)에선 촬영을 담당했고 잘 팔린 액션영화 <테이큰>(2008)은 연출을 맡았다. <더 건맨>은 그런 유명세를 이용해 숀 펜(미국)과 하비에르 바르뎀(스페인), 자스민 트린카(이탈리아) 등 배우를 다국적으로 캐스팅했다. 야심은 가득했으나 흥행은 ‘폭망’했던 작품이다. 


<더 건맨>은 두 가지가 좋은데 용병 킬러였던 짐 테리어(숀 펜)가 남의 아내가 된 옛 연인 애니(자스민 트린카)를 비밀 조직으로부터 (총을 맞아 가며) 끝까지 지켜낸다는 순애보가 일단 좋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영화가 액션인지 멜로인지, 첩보인지, 미스터리인지, 스릴러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치솟았고 평점 테러(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7%)를 당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멜로 라인은 순전히 개인 취향이다. 두 번째 좋은 점, 이라기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짐 테리어 팀이 살해한 인물이 콩고 민주 공화국의 광업부 장관(우리로 얘기하면 산업통상부 장관이다. 영화 맥락상 광물 채굴권은 우리의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아니라 산업통상부에 속해 있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다국적 광산회사의 (비밀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장관을 암살한다. 처음엔 콩고에 있는 다국적 광산회사 지부의 민간 경호팀인 척한다. 짐이 애니를 만난 것도 위장 신분으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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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다국적 광산회사가 한 나라의 장관을 죽인 것은 당연히 막대한 지하자원 채굴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콩고의 장관은 이 채굴권에 불평등 조건이 들어 있다며 계약을 파기할 계획이었다. 콩고는 오랜 내전 끝에 독재 정부가 들어섰으며 당연히 국가 수입의 유일한 창구인 광물자원의 이윤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이 정치적 이슈가 콩고 내전의 끝없는 불씨이긴 했다. 다국적 회사는 장관의 암살을 내전의 여파라고 ‘세탁’한다.


자, 이때의 광물이 (영화에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바로 콜탄과 탄탈럼이다. 쉽게 말해서 콜탄은 원석이고 이를 가공한 것이 탄탈럼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배터리 등 전자 장치의 핵심 부품에 사용되는 원료다. 콩고인들은 탄탈럼 생산 과정에서 노역에 시달린다. 콩고 동부의 고릴라 서식지가 파괴되고 멸종 위기를 겪는다. 그래서 탄탈럼을 원료로 하는 스마트폰을 ‘블러드 폰’이라 부른다. 마치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를 ‘블러드 다이아몬드’라 부르는 것과 같다. 콜탄은 순수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에너지의 초고온 열화를 방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을 막는 내열성 소재로 필수적이다. 원자로의 과열을 막는 특수부품이고 가스 발전소의 터번이나 제트 엔진에도 같은 용도로 쓰인다. 그러니까(!) 광범위한 의미의 광물 에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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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에너지는 늘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해친다. 누가 가지고, 어떻게 사용하며, 어떤 관련 정책을 이어 가는 가에 따라 활용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영화 <더 건맨>을 에너지 자원의 민주화, 천연 에너지의 고도화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른 게 보인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영화는, 늙은 숀 펜의 액션으로 보는 맛도 나쁘지 않다. 장관 암살 작전을 기획하고 총괄했던 팀 멤버 펠릭스(하비에르 바르뎀)의 아내가 된 여자를 미워하지 않고, 그것이 사실은 자기 탓이었다며 자책하고 오히려 더 사랑하는 남자의 지순한 행동을 보는 것도 감칠맛이다.


2008년에 나온 <007 퀀텀 오브 솔러스>도 제목을 잘 봐야 한다. 솔라(solar)가 아니라 솔러스(solace)다. 태양광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직역하면 ‘위안의 양자 단위’이다. 의역하면 ‘위안의 조각’ 혹은 ‘극도의 작은 위로’쯤 되겠다. 암호명 007인 제임스 본드가 사랑했던 여자 베스퍼의 배신과 죽음으로 차갑고 메마른 냉혈한이 돼 작전을 펼친다는 얘기다. 그가 파헤치려는 인물은 도미닉 그린(마티유 아말릭)이다. 도미닉 그린은 자신의 이름을 딴 ‘그린 플래닛’이란 환경운동단체를 만들어 지구 온난화 방지, 대체 에너지 개발, 수자원 보존 운동을 벌인다. 본드는 베스퍼를 죽인 일당을 추적하면서 비밀 조직 ‘퀀텀’을 알게 되고 그 자금원이 도미닉 그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퀀텀은 <007 스펙터>로 넘어가면서 스펙터라는 상위 조직의 하급 구조라는 것이 밝혀진다. 스펙터는 007 마지막 편인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신경나노첨단무기를 탈취한 사핀이란 인물에 의해 궤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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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환경운동가 도미닉 그린이 수상한 점은 볼리비아 독재 군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린은 이상하게도 포악한 장군 메드라노(호아퀸 코시오)와 결탁한다. 그의 쿠데타를 지원하고 뒤로는 볼리비아의 황무지와 사막을 매입한다.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이 명분이다. 제임스 본드는 그린의 간악한 계략을 간파해 낸다. 지하 댐을 건설할 부지를 만들어 그 안에 물을 채울 속셈이다. 볼리비아의 수자원을 독점적으로 약탈하려는 수법이다. 수자원이 무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얘기이다. 앞의 <더 건맨>과 같은 결론이다. 수자원을 누가 갖고 어떻게 민주적으로 활용하며 궁극으로는 어떻게 미래의 에너지로 대체해 내느냐가 진실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퀀텀 오브 솔러스>에는 007 영화 특성상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 카밀(올가 쿠릴렌코)이다. 메드라노는 그녀의 아버지를 즉결로 총살했고 눈앞에서 엄마와 언니를 강간했다. 제임스 본드는 베스퍼를 배신과 죽음으로 몰고 간 조직에 대한 불타는 복수를 하고, 카밀은 가족의 원수를 죽일 요량으로 손을 잡는다. 복수 남녀가 벌이는 로맨스도 <퀀텀 오브 솔러스>의 기둥 줄거리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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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고 있는 국제 시사웹진 NEWS M은 최근 NYT 기사를 인용해 한국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이 미·중 에너지 개발 패권의 중심지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 상동광산의 채굴 광물은 텅스텐이며 여기에 5천800만t이 묻혀 있다는 것이다. 텅스텐은 반도체, 각종 건설장비, 석유 시추장비 및 미사일과 장갑차의 핵심 소재로 전 세계 텅스텐의 85%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상동광산의 매장량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텅스텐 수요의 40%에 해당하는 양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어서 중국 독점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상동광산의 운영사는 미국 몬태나주 소재의 알몬티 인더스트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NEWS M 7월 6일 자 기사 ‘강원도, 美中 핵심광물 패권경쟁 최전선 부상’ 참조)


007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그리고 ‘더 건맨’이 용병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세기의 첩보 액션 활극은 강원도 영월에서 촬영됐을지도 모른다. 아니 향후 그런 영화가 나오긴 나올 것이다. 천연 광물, 천연 에너지는 자칫 잘못된 집단이나 조직의 손에 들어가면 인류를 괴롭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겐 제임스 본드나 짐 테리어 같은 순수맨들이 없다. 천연 에너지 자원을 공평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사용할 일이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조차 충고하는 내용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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