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헤일메리] 2027년, 인류는 생식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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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의 디스토피아 세상 그린 <칠드런 오브 맨>
7분간의 원 씬 원 테이크로 인류의 숭고한 생존 의지 그려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20년 전에 만든 <칠드런 오브 맨(원제 : Children of Men)>(2006)은 어두운 걸작이다. 인류의 암담한 미래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린 작품은 드물다. <칠드런 오브 맨>이 설정한 근 미래의 연도는 2027년이다. 영화로만 따지면 지구가 거의 멸망 수준으로 가기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하기야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의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오르고 있다. 종말이 바짝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칠드런 오브 맨>은 인류가 온갖 짓으로 환경을 파괴한 결과 세상은 원인 모를 불임 상태가 됐다는 얘기이다. 여자들이 아이를 갖지 못한다. 18년 동안 지구상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사라진다. 노동력이 줄어들고 자원은 고갈된다. 이를 독점하는 권력들이 등장하고 전쟁을 일으킨다. 서로 핵을 쏜다. 그래서 영국, 그것도 런던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황폐해진다, 는 것이 영화의 기본 설정이다. 이제 사람들은 오히려 넘쳐나고 영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은 강제수용 당한다. 세상은 늘 어둡고 빛이 없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희망을 잃는다.
환경오염이 인간의 생식 능력을 저하하는 것을 넘어 아예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기이하게도 설득력이 있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을 느끼게 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남녀의 생식기관은 고온과 같은 환경에 민감하다. 정자 생성 능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난소도 배란 장애를 일으키고 생리 불순, 조기 폐경이 이어진다. 지금도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환경오염이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남녀의 생식 능력을 떨어뜨리는 이상 고온은 기후 온난화 때문이고 기후 온난화는 당연히 오염된 물질을 많이 써서이다. 썩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마구잡이로 쓰고 버린 결과이다. 동시에 화석연료는 끊임없이 대기를 오염시켜 오존층을 파괴한다. 오존층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기온은 또 뜨거워진다. 악순환이다. 다들 이미 알고는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자폭하는 결과를 빚는다는 것을. 그런데 그 신호는 어쩌면 ‘불임’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칠드런 오브 맨>은 그런 얘기를 하는 영화이다.
이야기가 조금 우회하는 것 같지만 중국 다큐멘터리로 2016년 선댄스 영화제에 나와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영화가 있다. 왕지우량 감독의 <플라스틱 차이나>이다. 인간이 제어하지 못한, 사실은 제어하지 않은 독성 물질이 결국 어떤 환경 문제를 만들어 내는 가를 눈앞에서 똑똑히 보여 준 작품이었다. 중국은 한때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입, 처리하는 나라였다. 환경오염을 우려한 다른 나라들이 쓰레기 재처리를 땅이 넓은 중국에 의뢰하고 (그보다는 환경오염 규제가 느슨하고 노동력이 싸기 때문에) 대신 그 비용을 내는 식이었다. 세계에는 ‘플라스틱 협약’이라는 것이 있다. 플라스틱 생산량의 지속적 감축 등을 목표로 하는 세계 규약이다. UN이 주도하는 국제법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규제의 틈새를 뚫고 세계가 플라스틱을 내다 버린 곳이 중국이다. 그것도 산둥성 등지의 오지에 버리는 것이다. 영화는, 그곳의 한 공장에서 이 플라스틱 재처리 노동에 동원되는 한 가족에게 어떤 신체적 문제들이 나타나는지를 보여 준다. 세계는 이 다큐멘터리를 ‘끔찍해’ 했으며 결국 시진핑 주석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중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그 일로 한때 전 세계에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큐 <플라스틱 차이나>가 주는 메시지는 환경 문제는 결국 계급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된다는 인식이다. 부유한 국가, 부유한 개인은 플라스틱 독가스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가난한 자들이야말로 환경오염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환경 문제는 결국 남북문제가 된다. 환경운동이 궁극적으로 정치적 운동으로 발전하고 심지어 이 가운데에서 과격한 테러리스트들이 나오는 이유이다. 미국의 거장 테리 길리엄 감독은 <12 몽키즈>(1995)에서 ‘12 몽키즈’라는 환경 과격단체가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간이 죽어야 한다는 ‘정치철학’을 가진 집단이 되어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12 몽키즈’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살포해 결과적으로 세상이 절멸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생존자들은 지하세계에서 살아간다. 환경 테러단 ‘12 몽키즈’의 핵심 리더는 제프리 고인스(브래드 피트)인데 그는 현재 정신병동에 수용돼 있을 만큼 정신착란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칠드런 오브 맨>은 그 모든 환경 문제가 집대성된 결과의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주인공 테오(클라이브 오웬)는 한때 열혈 환경운동가이자 반정부 이민자 운동가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는 운동에 뜻을 잃었다. 삶의 목표도 잃었다. 그는 카페에 갔다가 폭탄 테러를 당하고 곧 누군가에게 강제로 끌려간다.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이다. 대장은 줄리언(줄리앤 무어)이다. 테오와 줄리언은 20년 전 부부였다. 그들의 아이 딜런은 2008년에 발생한 인플루엔자 팬데믹으로 사망했다. 아이들은 그때부터 거의 다 죽기 시작했다. 여자들 대다수도 불임이 됐다. 줄리언도 테오처럼 자신의 투쟁에 비관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테오처럼 도망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끝까지 싸워왔다. 둘은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노선으로 걸어왔다. 그러던 줄리언이 테오에게 엄청난 임무를 부여한다. 아니 부탁한다. 18살 흑인 소녀 키(클레어호프 애시티)를 안전지대로 데려다 달라는 것이다. 키는 현재 임신했으며 그것도 만삭인 상태이다. 정부가 이 소녀를 ‘확보하려고’ 혈안이 돼 있으며 조직 내 다른 파벌의 우두머리 루크(추이텔 에지오포)도 그녀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줄리언은 임신한 소녀를 프로파간다에 활용하는 것에 결사반대한다. 그녀는 소녀를 안전지대에서 연구 중인 ‘인간 프로젝트’에 보내려고 한다. 인류를 다시 번식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루크와 줄리언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줄리언은 이제 조직 내의 누구도 믿지 않는다. 정치 조직은 늘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폭력적이 된다. 줄리언이 자신의 오랜 연인이자 전 남편이었던 테오를 굳이 찾아와 그에게 소녀를 맡기는 이유이다. 특히나 테오는 여전히 공무원인데다 그의 사촌이 정부 고위급 인사이다. 통행증을 얻어 낼 수 있고 감시망을 뚫을 수 있다고 줄리언은 판단한다. 줄리언은 테오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루프 파가 보낸 암살 세력에게 살해당한다. 총알이 그녀의 목에 박힌다. 테오는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옛 연인에게 소녀를 안전지대로 꼭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한다.
이제 테오가 싸워야 할 적은 둘이다. 그와 흑인 소녀를 쫓는 정부군과 그에게서 소녀를 탈취해 가려는 루크와 무장세력들이다. 그 와중에 소녀는 하이드 난민 수용소(과거의 하이드 파크는 무정부주의적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에서 아이를 낳는다. 딸을 낳는다. 테오는 이제 필사적이 된다. 알폰소 쿠아론은 이 필사적인 장면, 정부군과 무장세력 간에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그 틈바구니에서 테오가 살아 빠져나오려고 하는 과정을 7분 넘게 이어지는 원 씬 원 테이크의 기적 같은 롱테이크로 찍었다. 총알과 수류탄이 난무하던 전투 현장이 갑자기 숙연해진다. 테오가 부축하고 있는 소녀의 품 안에서 아이가 울기 때문이다. 그 울음이 주변에 퍼지면서 사람들은 총격을 멈춘다. 정부군 병사들이 스스로 길을 터 준다. 그 사이로 아기가 지나갈 때 병사들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이 된다. 마치 아기 예수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듯 경건한 얼굴들이 된다. 알폰소 쿠아론은 이 ‘엽기(?)’의 명장면으로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구원받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고 평가받았다. <칠드런 오브 맨>은 당시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지도 못했다. DVD로 나온 영화이다. 그러나 마지막 7분간의 원 씬 원 테이크 명장면에 대한 입소문으로 10년 후인 2016년에 뒤늦게 개봉됐다.
영화의 얘기처럼 환경오염은 인간의 생식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지금의 폭염은 뜬금없는 것이 아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때아닌 듯 보이는 홍수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것 역시 환경을 잘못 관리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 궁극으로는 재생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물과 바람, 태양이라는 천연 에너지를 늘려야 한다. 경제구조 방식을 바꾸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각성해야 한다. <칠드런 오브 맨>이 말한 2027년에 실제로 모든 붕괴가 시작될 수도 있다. 아직 50억 년의 수명이 남아 있는 태양은 그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과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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