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헤일메리] 탄자니아의 치타, 와치니도 태양 빛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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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프리먼이 내레이션을 맡은 (그 중저음의 음색이란!) 6부작 다큐 <우리의 우주>는 생명과 우주의 기원에 대해 독특한 방식으로 얘기하는 작품이다. 이른바 다큐의 달인들이 찍은 듯한,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들을 동영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자연 다큐멘터리이다. 게다가 곰곰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상당히 철학적이다. 특히 1부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별빛을 따라>는 웹진 ‘솔라타임즈’가 말하는 태양광 에너지 얘기다. 이 웹진의 취지에 잘 맞는다. 단순하게 태양광 에너지를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태양이 지구 모든 생명의 원천임을 얘기한다. 태양 빛으로부터 나온 에너지가 어떻게 지구 위 생명을 통해 순환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이를 위해 이 자연 다큐멘터리는 주인공과 설정이 되는 배경, 시간의 흐름을 마치 극영화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다. <별빛을 따라>의 주인공은 와치니이다. 어미 치타이다. 이 와치니가 사는 곳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평원 세랭게티이다. 와치니가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건기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100km 거리를 3초 안에 달릴 정도로 날쌘 와치니지만 엄폐물이 거의 없는 세랭게티의 평원에서 자기만큼 빠른 상대, 가젤을 포획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치타는 일주일간 먹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다. 와치니가 기를 쓰고 사냥하려는 이유는 새끼 두 마리 때문이다. 새끼들은 이틀째 먹지 못했다. 나중에 보면 와치니의 새끼는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연의 흐름에서 도태되고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TMDB
BBC 스튜디오 소속의 크리에이터 나오미 오스틴, 스티븐 쿠터, 엘리스 존스 등은 달리는 치타와 함께 차로 이동하며 첨단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사냥의 순간을 찍어 냈다. 카메라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종의 스테디 캠 장비를 차에 탑재해 찍은 것이다. 이 장비 이름은 자이로 스테빌라이저(Gyro-stabilizer)라고 하는데 굳이 몰라도 된다. 어쨌든 <동물의 왕국> 유의 자연 다큐, 특히 동물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개발된 이 장비에 초고속 카메라를 달고 촬영하면 와치니 같은 치타가 달릴 때 근육이 꿈틀대는 것과 빠른 속도감을 슬로우 모션으로 디테일하게 잡아낼 수 있다. 거의 컴퓨터 그래픽 수준처럼 보인다.
<우리의 우주 – 별빛을 따라서>는 태양의 표면이 폭발하는 모습과 플라즈마가 태양계 행성에 퍼져나가는 장면을 교차편집으로 보여 주면서 모건 프리먼의 안타까운 음성을 그 위에 입힌다. “엄청난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와치니는 태양 빛을 먹을 수가 없다.” 세랭게티는 건기와 우기를 반복하며 지표면에 풀과 나무를 자라게 한다. 태양 에너지가 엄청난 양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세랭게티에 유입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결국 그 에너지가 풀을 먹는 초식동물로 전이되는 것을 보여 준다.
150만 마리에 달하는 누 떼는 세랭게티 안 모든 포식자의 먹잇감이 된다. 누 떼와 얼룩말들은 이 시기에 마라강을 건너야 한다. 이를 ‘위대한 이동’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BBC 팀은 항공 촬영으로 그 규모를 보여 준다. 세렝게티의 마라강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악어가 산다. 누 떼는 목숨을 걸고 이 강을 건넌다. 운 좋게 악어를 피하면 이번엔 강 건너편에서 와치니가 기다리고 있다. 와치니는 누 떼 중 한 마리를 사냥하는 데 성공하고 자식을 먹여 살리게 된다. 태양 에너지가 와치니의 세포로 어떻게 이주하고 이식되는지의 과정이 설명된다. 태양은 지구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이 모든 것이 46억 년 전부터 시작됐음을 <별빛을 따라서>는 천체물리학의 기본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태양의 중심에서 핵융합을 통해 발생한 에너지가 그 표면에 닿기까지 무려 3천만 년이 걸린다. 그러니까 이 말이 갖는 경이로움은 치타인 와치니가 뜨거운 태양 빛을 온몸에 받으며 그 열기에 헐떡이는 순간까지 태양의 핵에서부터 3천만 년이 걸렸다는 얘기이다. 3천만 년 전의 에너지를 받고 풀이 자라고, 그 풀을 누 떼나 얼룩말 떼가 먹고, 그 고기를 와치니가 먹는 것, 그 순환이 그렇게나 오래 걸린다는 얘기가 된다. 신비의 자연이자 경외스러운 태양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기원전 2천 년 경 탄생한 마야 문명(지금의 멕시코와 과테말라, 온두라스)과 15세기에 시작된 잉카 문명(페루 등 안데스산맥 일대)이 태양신을 모신 것은 모든 먹을 것, 생명의 근원이 태양 에너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마야인들이 거대한 계단식 피라미드(치첸이트사) 성전을 만든 것도 어떻게든 태양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행위였을 것이다. 페루의 마추픽추는 일종의 공중도시이다. 고대인들은 태양을 숭배하고 태양이 주는 에너지를 삶의 근원으로 삼으려 했다. 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전설의 바벨탑 역시 태양이 있는 높은 곳을 신적인 것과 동일시 하는 태도가 반영됐을 것이다.
마야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아포칼립토>(2006)야말로 이 태양신과 관련이 있다. 주인공 재규어 발(루디 영블러드)은 피라미드 제단 위에서 심장이 꺼내어지는 제물이 되려는 순간 탈출한다. 그때 제사장은 개기일식을 이용하려 한다. 이 제물로 신이 분노를 풀고 태양을 다시 돌려주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태양)이 화가 난 이유는 제사장 등 밀림의 권력자들이 피라미드를 더 높고 화려하게 쌓기 위해 대규모 벌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노예로 착취했기 때문이다. 신의 뜻을 잘못 알고 태양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한 탓이다. 인류 문명의 확장이 태양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쪽으로 수백, 수천 년간 이어져 왔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태양 에너지의 측면에서 <아포칼립토>를 다시 보면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 영화를 만든 배우이자 감독 멜 깁슨은 태양주의자인 셈이다.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그리하여 우리는 별빛을 따라, 곧 태양 에너지를 좇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우주 – 별빛을 따라>의 주제이다. 신기하게도 에피소드의 마지막 멘트는 이 칼럼의 구호와 흡사하다. 모건 프리먼은 말한다. “문제는 태양을 먹여 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50억 년 후에는 태양의 연료가 바닥이 날 것이다. 핵이 붕괴하면서 태양이 팽창할 것이고 적색의 거성이 되어서 내행성인 수성과 금성을 집어삼킬 것이다. 지구를 향해 부풀어 오르면서 극도로 강한 중력 탓에 달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지구 주위에 월석으로 된 고리를 남길 것이다.
우리 행성의 최후 운명은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지막 태양이 뜰 것이고 그 후 우리 별의 바깥층이 폭발할 것이며 우리 별은 마지막 들숨을 마실 것이다. 남는 것은 죽어가는 불씨뿐일 것이다. 백색 왜성이 겨우 지구만 한 크기로 남아 거대하게 빛나는 구름에 둘러싸일 것이다. 그건 우주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별(태양)이 우리를 계속해서 밝게 비춰줄 것이다. 앞으로 수십억 년 동안 그럴 것이다. 그 에너지는 모든 생명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구 멸망의 모습을 비록 CG를 통해서이지만 <우리의 우주>처럼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없다. 그 장면은 꽤 디스토피아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유토피아적이다. ‘당분간’이라는 기간이 50억 년이기 때문이다. 이 다큐는 삶의 태도란 측면에서 현실을 어떻게 가꾸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작품이다. 결국 태양 에너지가 답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과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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