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헤일메리] 북극 얼음 밑에 살던 대왕오징어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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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신작 6부작 드라마 ‘빌로우’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환경문제의 종합판을 그려
고전 소설 ‘해저 2만리’에 영화 ‘죠스’를 결합한 이야기
넷플릭스 6부작 <빌로우>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스눅스암이란 어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눅스암은 실제 했던 곳이지만 영화에서처럼 주민 이주를 통해 지금은 버려진 마을이다. 영화 속 스눅스암의 주인공 캘빈 페니(조쉬 하트넷)는 49살의 잔뼈가 굵은 어부다. 원래 그의 작은 어선은 대구잡이 용이었으나 이제 스눅스암 주변에는 대구 고갈로 조업 금지령이 내렸다. 대구는 한류 어종이다. 북대서양 기준 2~8℃ 차가운 수온대 바다에서 산다. 대구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해수면 온도가 그 이상이 됐다는 것이다.
캘빈은 그래서, 대신 ‘빙산’을 낚는다. 기후 온난화로 뉴펀들랜드 위쪽(직선거리로도 약 1,700km 북쪽, 서울~부산의 4배 거리)의 그린란드에서 빙벽이 붕괴하고 쪼개져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북극이 녹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기후 위기가 캘빈에게는 생계의 주요한 수단이 된다. 그는 빙산 덩어리를 바다에서 끌어 올려 마을을 지배하는 크로커 가문의 회사에 가져다 판다. ‘크로커 양조&증류’ 회사이다. 이 회사는 청정 얼음에서 물을 만들어 그 물로 보드카를 제조하는 회사이다. 고가에 팔린다. (실제로 캐나다의 빙산 보드카는 유명하다. 이건 에비앙 생수가 알프스산맥의 지하수라는 것과 같은 얘기다. 고급 호텔에서 취급하는 프리미엄 생수인 ‘FIJI’도 남태평양 피지제도에서 나는 천연암반수이다. 지구 곳곳에는 이런 산업이 많다) 캘빈은 대구를 못 잡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빙산이 있어서 살아간다. 그에게 기후 위기는 가깝고도 먼 얘기이다.

사진 출처 : TMDb
캘빈 집안은 리틀포트록이란 곳(가상의 마을)에서 스눅스암으로 재정착한 이주민들이다. 첫 에피소드의 오프닝 장면은 40년 전 9살인 캘빈이 가족과 함께 집을 밧줄에 동여매 끌고 바다를 통해 배로 이동하는 중에 물 속(빌로우)의 거대한 ‘괴물 같은 무엇’에게 아버지가 잡아 먹히는(물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는 씬이다. 괴물인지 아닌지 그때는 단정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아버지의 단순 실수로 인한 조난 실종 사고로 처리된다. 아버지가 플로팅 하우스를 배에 연결해 리틀포트록에서 스눅스암으로 통째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참사였다.
40여 년 전만 해도 뉴펀들랜드 사람들은 사는 곳을 옮길 때 뗏목으로 자신들이 살던 나무집을 통째로 가지고 갔다. 당시엔 이를 ‘하우스 무빙’이라 불렀다. 캘빈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선으로 집을 옮기는 도중 물속의 무언가가 집을 바닷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했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배에서 집으로 들어갔던 아버지가 순식간에 물속으로 빠져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어린 캘빈은 엄마와 누나, 자기가 타고 있는 배까지 빠지지 않게 하려고 집과 연결된 밧줄을 칼로 직접 잘라냈다. 캘빈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자책감과 트라우마로 지난 40년을 살아왔다.

사진 출처 : TMDb
그러나 사실 현재로서는 좌절할 틈도 없다. 그는 먹고 살아가야 한다. ADHD가 있으며 한동안 약물에 빠져 살았던 둘째 아들 웨이드(찰리 히튼)를 먹여 살려야 한다. 캘빈에게는 웨이드 말고 큰아들 제이(로한 캠벨)와 딸 메리(루비 스토크스)도 있다. 대도시에 나가 살던 제이와 메리가 마침 고향인 스눅스암을 방문한 터이다. 캘빈은 어업 일(빙산을 낚는 일)이 ‘공치게 되면’ 에어비앤비를 해서 먹고 살아간다. 주변에는 누나 루스도 살고 있다.
사건이 시작되는 그 날도 캘빈은 배를 타고 나갔다가 거의 막판에 빙산을 발견하고 뛰는 듯이 기뻐한다. 그러나 크로커 회사 검사관은 얼음의 품질이 안 좋다고 매입을 거부한다. 냄새가 나고 끈적끈적한 점액이 묻어 있다는 것이다. 얼음이 이상할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던 캘빈은 자신의 주변에 점점 괴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불길해지기 시작한다. 어선이 침몰해 통째로 사라지는가 하면 사람의 다리가 잘린 채 발견되기도 한다. 에어비앤비 손님 부부도 물가에 나갔다가 참사를 당한다. 둘째 웨이드는 빙산을 쪼개러 빙벽 주위를 위험하게 다가갔는데 같이 간 어부가 허리가 잘린 채 죽기도 한다. 끔찍한 일이 자꾸 생긴다. 얼음을 위스키에 넣어서 먹거나 녹여서 물로 마신 사람들은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킨다. 물에 무언가가 있다. 캘빈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해양생물연구소의 폰다 박사(매켄지 데이비스)와 조사와 추적을 벌이기 시작한다. 결국 둘은 괴물의 정체가 거대한 대왕오징어임을 알게 된다.
<빌로우>의 대왕오징어 출몰 사건은 스눅스암 주민들의 재정착 프로젝트와 맞물린다. 이 일은 마을의 신참 주민 격인 부동산개발업자 재닛(나타샤 헨스트리지)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주에 찬성해 서류에 서명하는 사람들에게는 가구당 14만 캐나다달러가 지급된다. 재닛은 캘빈의 큰아들 제이와 ‘자는 사이’이다. 재닛의 정체는 나중에 밝혀진다. 주민 재정착 프로젝트는 모두 크로커 회사의 음모와 관련이 있다. 그들은 빙산을 대량으로 독점하려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유령 지역이 된 리틀포트록과 스눅스암 사이의 지하에 묻혀 있는 막대한 양의 광물, 곧 코발트와 구리를 차지하려는 욕심이다. 모두 스마트폰 제조 등에 쓰이는 자원들이다. 현대사회에서 금과 같은 가치의 광물이다. 캘빈 집안사람들은 한편으로 대왕오징어와도 싸워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크로커 회사의 불법적인 음모에도 맞서야 한다. 6부작 드라마 <빌로우>의 주민들은 지금의 지구 환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중삼중의 모순된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은 환경을 지키고 생계를 지켜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다르지만 같은 일이다.
드라마 <빌로우>는 환경문제의 종합판 같은 작품이다. 일단 대왕오징어가 그렇다. 이 괴물 아닌 괴물은 해저 300미터보다 더 아래(BELOW)의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서 살아간다. 특히 산란기에는 물이 더 차가워야 한다. 그런데 자꾸 물이 따뜻해진다. 대왕오징어는 알을 낳기 위해 얼음과 함께 이동 중이다. 스눅스암에 피바람이 이는 것은 어미 오징어가 자신의 알을 지키려고 공격적이 되기 때문이다.
캘빈은 오랜 바다 경험으로 폰다 박사에게 말한다. “말이 안 돼요. 오징어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요.” 그런데 바다가, 그야말로 지금의 지구 환경이, 이 대왕오징어가 인간을 공격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로 변하게 한다. 크로커 회사의 회장 짐 크로커(프랭크 무어)는 군대를 동원해 대왕오징어가 붙어있는 빙벽 덩어리를 폭파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스눅스암을 아예 파괴해 주민을 완전히 이주시키려는 계획이다. 캘빈은 ‘오징어 빙벽’을 지켜냄으로써 자신의 마을을 지키려 한다.
그린란드와 북극의 얼음벽들이 떨어져 나가 그 빙산으로 증류수를 개발한다는 설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빙벽이 무너지고 동토가 해체되는 건 재앙이다. 그 재앙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내려 한다는 얘기를 <빌로우>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는 지극히 낯선 지역인 뉴펀들랜드 제도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다. 환경문제가 모두의 코앞에 당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뉴펀들랜드섬은 남한 크기다. 사람들이 쓰는 말, 곧 영어가 호주보다 더 특이한 곳이다. 아일랜드 이주민들의 방언이 오랜 세월 고착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사람들도 뉴펀들랜드 영어는 잘 못 알아듣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우리와 서울 - 제주 방언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된다. 할리우드의 ‘깔끔한 이미지’로 유명한 배우 조쉬 하트넷이 뉴펀들랜드 사투리와 억양을 쓰는 억센 남자로 변신했다. 영화 속 팜파탈인 재닛 역의 나타샤 헨스트리지는 실제로 뉴펀들랜드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빌로우>에는 캐나다, 할리우드, 영국, 아일랜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빌로우>는 다국적 합작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내용도 다소 ‘짬뽕’이다. 기본적으로는 쥘 베른의 고전 소설 『해저 2만리』에서 콘셉트를 가져온 것이다. 여기에 갖가지 환경문제를 얹혔다. 전체 서사는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와 흡사하다. 한국 봉준호의 <괴물> 느낌도 난다. 새로운 것은 없다. 드라마 엔딩 회차에서 캘빈이 어선에 밧줄을 둘러 빙벽을 옮기는 장면은 약간 ‘오바’다(큰아들 제이가 조직범죄와 연결되어있는 것은 빼버렸어야 하는 에피소드다). 다만 아버지가 ‘하우스 무빙’ 중에 대왕오징어에게 당한 것을 40년 후 거꾸로 괴물에게 복수하지 않고 이번엔 아이스 무빙을 통해 살려 주는 모습은 앞뒤 이야기의 대구를 맞춘 것일 뿐 아니라 캘빈이 드디어 오랜 트라우마를 벗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빌로우>는 결국 저 깊은 바닷속의 생물과 화해와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지구 환경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영화다운 결말이다. 어쨌든 빙벽 아래, 그 ‘빌로우’에 대왕오징어가 살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빙벽이 자꾸 무너지거나 쪼개지면 안 되는 일이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안 되고 지구 온난화가 이 속도로 계속 진행되면 안 된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탄소 배출량을 확실히 줄이도록 온 세계가 나서야 한다. 모두 태양 에너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다. 태양의 수명은 50억 년 남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과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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