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헤일메리] 바람이 분다. 살아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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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발전기를 만든 아프리카 소년 윌리엄 캄쾀바의 실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추이텔 에지오포 장편 데뷔 영화
풍력 에너지와 자연 재생 에너지 이야기
아프리카 말라위(탄자니아와 모잠비크 사이의 나라.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다. 인구 2천2백만 명 정도)의 소년 윌리엄 캄쾀바(맥스웰 심바)에게는 캄바라는 개가 있다. 캄쾀바가 학교에 가면 밖에 비가 오더라도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강아지이다. 윌리엄이 사는 마을 윔베에 가뭄이 오고 대기근이 오자 식구들은 하루 한 끼를 먹기로 한다. 아이가 자기 먹을 것을 조금 덜어내 강아지 몫으로 주머니에 넣으려 하자 아버지 트라이웰(추이텔 에지오포)은 한 번만 더 그러면 목을 부러뜨리겠다고 한다. 결국 캄바는 굶어 죽는다.
사실 트라이웰은 그렇게 흉포한 아버지가 아니다. 윌리엄을 중학교에 보내는 첫날 트라이웰은 이렇게 말하며 기뻐했었다. “옛날 아버지들은 아이가 클 때 나이를 세지 않았단다.” 아마도 기근으로 죽는 아이가 많았음을 암시하는 말이고 자신은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의 말이었다. 트라이웰은 원래 자상한 남자이다. 윌리엄의 누나 애니(릴리 반다)는 집에서 도망쳐 나가면서 쪽지를 쓴다. “(입이) 하나 줄었어요. (줄게 되겠네요)” 엄마 아그네스(아이사 마이가)는 딸이 집을 나가기 전, “내가 팔을 잘라(먹여)서라도 자식들은 굶지 않게 하겠다”며 울먹인다. 가뭄과 기근이 온 식구를 점점 죽음의 사지로 몰아간다.
윌리엄 캄쾀바는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려면 당연히 물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지하수를 퍼 올려야 하는데, 당연히 양수기를 써야 하고 또 그걸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전기를 만들려면 에너지원이 있어야 하는 데 그는 그게 바람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어린 윌리엄은 이 모든 것을 수업료를 못 내 쫓겨난 학교 도서관에서 미국 과학 교과서인 『에너지의 사용』이란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윌리엄의 독학 아닌 독학은 과학 선생 마이크 카치군다(레모강 치파)가 돕는다. 카치군다는 자신이 그의 누나 애니와 부모 몰래 만나는 것에 대해 아이가 입을 다무는 대신 윌리엄을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게 해 준다. 윌리엄의 학교 교장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인물로 윌리엄이 수업료를 안 내고 학교에 다니는 것은 돈을 내고 다니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 선생 마이크 카치군다는 이런 학교나 마을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결국 애니와 함께 마을 윔베를 몰래 떠난다. 그럼에도 세상의 어려움은 늘 선구적인 한 사람이 돌파해 낼 때가 있다. ‘캄쾀바의 바람=풍력 전기’는 두 연인이 버린 마을 윔베를 구한다.
풍력 에너지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2019)은 뜻하지 않게 눈물 바람을 휘날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한 가지의 경구와 한 구절의 시구를 떠올리게 한다. 경구는, 진부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란 것이다. 시구는 폴 발레리의 시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란 것이다. 만약 폴 발레리가 살아서 이 영화를 본다면 자신의 시를 이렇게 고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갈 수 있겠다.’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은 바람이 물리적인 에너지원이 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삶의 원천, 희망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웅변하는 휴먼 드라마이다.
할리우드에서 비교적 맹활약 중인 나이지리아계 영국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 트라이웰 역을 맡아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트라이웰 세대는 말라위어(치체와어)와 영어를 동시에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영국의 오랜 식민 지배(1891~1964)를 받은 터라 트라이웰-아그네스 부부는 자신들 스스로가 가난을 극복하려면 아이들 세대 만큼은 가르치고 대학에 보내 새로운 삶을 살게 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마치 우리의 1950~60년대 세대를 키운 식민 세대, 전쟁 세대를 연상케 한다.
말라위의 지금이나 우리의 과거나 오직 가진 것은 똑똑한 인적 자원밖에 없는 나라이고, 나라였음을 기억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말라위도 배움에 목마른 신세대가 사회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감독 추이텔 에지오포는 이 영화를 윌리엄 캄쾀바의 실제 이야기와 그 감동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지만 어쩔 수 없이 ‘솔라타임즈’로서는 풍력 에너지원이 지금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강조하게 만든다. 물, 바람, 태양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와 미래를 만들어 내는 절대적 동력임을 깨닫게 한다.
캄쾀바의 어릴 적 이야기는 2001년이 배경이다. 캄쾀바는 강아지 캄바를 데리고 다니며 폐차장 자동차 배터리에서 전기를 추출한다. 그걸 라디오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쓴다. 그렇게 되살아 난 캄쾀바의 라디오는 세상의 소식을 알린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도 알게 한다. 말라위 밑에 있는 나라 모잠비크에서 대홍수가 났다는 소식도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다. 나라는 형식적인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의 일당 독재 국가이다. 선거 유세차를 보면서 아버지 트라이웰은 말한다. “민주주의는 수입한 카사바 같아. 빨리 썩어.”
윔베 마을의 가뭄, 농업용수의 절대적 부족, 그로 인한 기근 사태를 정부는 해결하지 못한다. 해결할 생각도 없다. 마을의 족장(조셉 마르셀)은 대통령 앞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그의 경호원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기도 한다. 그는 시름시름 앓는다. 죽음의 문턱을 오간다. 족장의 아들 길버트(필버트 팔라케자)는 친구 사이인 주인공 윌리엄 캄쾀바에게 말한다.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가 죽으면 비가 올 거래.” 마을 전체가 굶주림으로 혼란에 빠져 있음을 보여 준다. 족장은 윌리엄이 풍차를 발명한 후에 죽는다. 물은 미신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윌리엄은 증명해 낸다. 윌리엄은 풍력의 힘으로 마을 사람들을 개화시킨다.
풍력 에너지를 쓰는 나라는 얼핏 땅덩이가 큰 나라들이라 생각하기 쉽다. 물론 중국과 미국, 인도와 브라질 그리고 독일이 풍력 에너지 선진국이다. 그러나 덴마크나 아일랜드도 풍력을 전기 에너지로 쓰는 나라의 맨 앞줄에 서 있다. 꾸준히 부는 바람이 이 에너지의 제1 조건이지만 날개와 그 날개가 만들어 내는 동력을 전기로 전환하는 발전장치, 곧 발전기가 중요하다. 바람을 잡으려면 날개의 위치가 높은 것이 좋고 따라서 타워를 세울 비교적 광활한 부지가 필요하다.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8% 수준이며 그 수치는 증가 추세에 있다. 한국도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나 강원 산지에 풍력발전소가 설치돼 있지만 생산 전력은 미약한 수준이다. 전체 발전량 대비 0.5% 정도이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풍력 발전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다.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풍력 발전으로 충당한다. 아무래도 기후조건, 지형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풍력 에너지이다. 한국도 풍력 에너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지만 국토 사정상 아무래도 태양 에너지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아프리카 말라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을 보고 새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솔라타임즈’의 반복되는 슬로건은 ‘태양의 수명은 50억 년 남았다!’이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영화여서 잘 알려지지 못했다. 모든 에피소드가 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말라위 소년 윌리엄 캄쾀바는 이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환경학을 전공했다. 환경에 관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글쓴이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과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 전문 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역임, 현재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작은 영화가 좋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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