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텍사스·대만…세계는 왜 정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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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정전이 잇따르며, 한국 역시 정전 예방을 위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2365호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스페인·포르투갈 지역에서 발생한 광역 정전은 직류 중심의 소규모 전원 확대와 주파수 불안정, 송전선 탈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미국 텍사스 정전은 혹한으로 인한 연료공급 중단과 발전기 동결이 주요 원인이었고, 2018년 일본 홋카이도는 지진으로 발전기가 동시에 정지하면서 주파수 조정 기능을 잃었다.
정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보고서는 이를 크게 ▲발전력 부족 ▲송전선 연쇄 탈락 ▲정전 예방 기술 미작동 ▲사이버 해킹 ▲자연재해 및 기후 현상 등으로 분류했다. 이 중 ‘실시간 상정고장 분석(RTCA)’이나 ‘자동주파수제어(AFC)’와 같은 예방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작동이 미비하거나 무력화되었던 점이 반복되는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전력망은 저주파수계전기(UFR)나 이중회선 송전선, 무효전력 보완 장치(STATCOM) 등 물리적 방어 장치는 갖추고 있으나, 정전 예방의 핵심 기술인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는 여전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감사원 보고서에 지적된 바 있다. 특히 직류 인버터 기반의 발전소에 대한 설비 기준이 없고, 송전 정보 관리 주체도 분산돼 있어 비상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실시간 예측 및 자동 제어 기능이 탑재된 EMS 도입 ▲전력망 정보 수집·관리 주체의 일원화 ▲송전망 설비의 산불·혹한 대응 강화 ▲전력 복구(black start) 체계 수립 ▲독립적인 전력계통 안전 규제기관 신설 등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까지도 정전 사고의 원인을 “재생에너지 보급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일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정전은 재생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전력망 설계와 운영상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시대착오적인 주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진실을 인정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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