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글로벌 전력시장은 태양광 시대로… 한국만 원전 마피아·토건 논쟁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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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재생에너지 보급이 사상 최대 속도로 확대되면서 전력 시장의 주도권이 빠르게 태양광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재생 에너지 신규 설비는 685GW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22% 증가했고, 2025년에는 750~840GW 수준의 추가 설비가 예상된다. 규제 부담과 지역사회 반발 등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은 구조적 성장 흐름을 굳히는 분위기다.
태양광은 이 변화의 정중앙에 서 있다. 전체 재생에너지 증가분의 약 80%를 차지하며 확장세를 견인하고 있고, 낮아진 모듈 가격과 간소화된 절차, 빠른 설치 속도가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거·상업·산업 부문으로 확산되는 분산형 태양광 역시 전체 증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가 단위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전력 구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기 전망도 가파르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약 4,600GW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새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5년간의 두 배 수준이다. 세계적 전환 흐름은 이미 명확해졌으며 태양광 중심의 성장 구조가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 생산 측면에서는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2024년 9,900TWh에서 2030년 16,200TWh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이 책임지고 풍력이 뒤를 잇는다. 세계 전력 믹스에서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서 43%로 확대되고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두 배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정치적 논쟁에 발목 잡혀 있다. 주요국이 전력공급 불안정 해소, 소비자 전기요금 절감,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태양광 투자를 가속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태양광이 경제성·환경성 검증이 끝난 기술임에도 정쟁의 소재로 소모되고 있다. 국제 시장이 대규모 태양광 단지와 분산형 설비를 모두 전력체계 중심 축으로 편입시키는 동안 국내에서는 입지 갈등과 정파적 공격이 기술적 논의를 덮어버리는 현실이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논의는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폐쇄적 관료·공기업 네트워크와 중앙집권적 에너지 구조를 유지하려는 보수 정치권의 이해가 겹치며 왜곡돼 왔다.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불편해하는 토건 중심 문화는 여전히 대규모 토목 사업에 예산과 정책의 무게추를 실어준다. 세계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시장 질서를 재편하는데 한국만 과거의 산업·정치 연합에 발목이 잡혀 정상적인 정책 경쟁조차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최근 보수 언론들이 앞다투어 원전을 옹호하는 보도를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적 타당성보다 정치적 감정이 앞서는 기사들이 반복되면서 태양광과 재생에너지 산업은 사실과 다른 프레임 속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다. 그 배경과 목적은 너무도 명확하다. 지금 정권이 싫다는 이유 하나로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까지 흔들어버리는 것이다. 정책 비판이 아니라 정권 혐오가 동력이 된 논조는 에너지 산업 전체를 정쟁의 늪으로 끌어들인다. 목불인견이다. 세계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전력 구조를 바꾸고 있는데 한국만 과거의 이념과 감정에 갇혀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전력시장 개혁과 산업 경쟁력 모두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표준이 된 만큼, 기존 패러다임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 흐름에 맞춰 미래 산업의 이익을 선택할 것인지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경쟁력의 향후 10년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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