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의 글로벌 리포트] 트럼프 “재생에너지는 세기의 사기”…美 전문가들 시각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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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재생에너지는 세기의 사기(Scam of the Century)”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미국 내 에너지 정책 방향과 글로벌 재생 에너지 시장의 흐름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과 청정 에너지 전환이 국제 사회의 핵심 의제로 자리잡은 가운데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국제적 논의의 판도를 흔드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전력망 안정성과 비용 논란 부각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일부 전문가와 보수 성향 연구자들은 재생 에너지 확대가 전력망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 계절,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에는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성·전환 가능성에 대한 반론
또한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분석이 제시된다. 국제 컨설팅사 라자드(Lazard)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과 육상풍력은 이미 신규 전원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비용 수준을 기록했다. 메가와트시(MWh)당 30~60달러 수준으로, 가스 복합 화력보다 저렴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범위에 속한다. 이는 재생 에너지가 더 이상 보조금에 의존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2050년까지 미국 전력의 70~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 인프라 확충과 저장 장치 도입, 수요 반응 시스템 구축 등 필수 조건이 동반돼야 한다. 즉, 도전은 크지만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 반론 측의 요지다.
과장된 수사, 남은 과제는 명확
종합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파급력은 크지만 근거는 부족하다. 재생 에너지는 이미 미국 내 신규 발전소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용 경쟁력과 투자 유인은 뚜렷하다. 따라서 재생 에너지를 ‘사기’로 규정하는 평가는 근거가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성 측이 제기한 전력망 안정성과 추가 비용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재생 에너지 확대가 기존 전력 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보완은 불가피하다. 미국 규제 기관들이 이미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재생 에너지가 ‘사기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정책적·기술적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과장된 수사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남은 과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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