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질적 성장 없이는 태양도 버린다 > 업계동향

본문 바로가기

업계동향

[태일루의 시선] 질적 성장 없이는 태양도 버린다

profile_image
태일루 기자
2025-07-06 09:47 0

본문

중국 태양광 모듈 가격이 바닥을 뚫고 있다. 1년 사이 60% 이상 떨어졌고, 잉곳(Ingot)·웨이퍼·셀 등 전 공급망이 동반 붕괴 중이다. 더 이상 '중국이 이긴다'는 말도 힘을 잃는다. 이건 단순한 주가 조정이나 업황 사이클이 아니다. 제국이 무너지는 소리로 보인다.


중국 태양광 기업 50곳 이상이 파산했고 상장사 121곳 중 39곳이 올해 적자를 냈다. 이 수치들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더 이상 중국 정부도, 시장도, 기술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공급 과잉이다. 78.4GW—전 세계 수요의 두 배 이상을 찍은 생산량은 결국 자국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3,500%가 넘는 관세 폭탄을 날렸다. 바이든 시절부터 미국은 사실상 '중국산 태양광은 오지 마'라는 시그널을 확실히 보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도 중국 기업은 못 받는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진입도 못 하는 시장이 생겨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더 싸게, 더 많이 찍어낸다. 그게 유일한 생존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산업의 자해다. 저품질, 저마진, 저수익. 가격 경쟁만 남은 산업은 이미 기술이 아니라 출혈의 게임이 된다. 그리고 그 출혈은 기업부터 쓰러뜨린다.


한국은 이 사태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수요 기반 생산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처럼 공급 확대에 올인하면 몇 년 안에 수익 모델이 붕괴된다. 무조건 깔고 보는 방식은 이미 시장을 망친다. 한국은 수요자 중심, 시장 예측형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둘째, 품질과 시스템 경쟁력이다. 단가로는 중국을 못 이긴다. 오히려 태양광을 단순 부품이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시공·O&M·디지털 모니터링까지 통합한 플랫폼 전략이 한국의 생존 방식이다.

셋째, 보호무역 리스크 분산이다. 특정 지역, 특정 고객에 의존하는 수출 모델은 1회 관세 결정에 흔들린다. 한국도 다국적 시장 다변화와 로컬 생산 거점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이 ‘시장 확대’만 외칠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중국은 보조금과 과잉 생산으로 무너졌다. 반면 한국은 품질·투명성·자율 경쟁 기반으로 가야 한다.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의 길 말이다.


중국 태양광 산업의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공급이 수요를 이길 수는 없다. 기술 없는 가격 경쟁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해적 과잉 공급은 태양마저도 버린다. 



69e0c887a733f049dab27eea26888523_1751762819_8705.jpg
사진 제공 : AFP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0 건 - 1 페이지

한국남동발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美 LACP 비전 어워드 대상(플래티넘) 수상

 - ESG 경영성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한국남동발전(사장 강기윤)은 25일 미국 커뮤니케이션연맹(LACP)이 주관하는 2025 LACP 비전 어워드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부문 최고등급인 플래티넘(Platinum)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n…

이지영 기자 2025.09.08

[정운의 글로벌 리포트] 트럼프 “재생에너지는 세기의 사기”…美 전문가들 시각 분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재생에너지는 세기의 사기(Scam of the Century)”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미국 내 에너지 정책 방향과 글로벌 재생 에너지 시장의 흐름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정운 기자 2025.09.05

트럼프, 재생에너지 ‘사기극’ 발언…美 태양광 시장 혼돈 재점화

미국 태양광 시장이 다시 불확실성에 빠졌다. 대중국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회복세를 타던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정부 조치로 제동이 걸렸다. 국내 기업들 역시 투자 확대 국면에서 돌발 변수를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박담 기자 2025.09.04

[정운의 글로벌 리포트] 아시아·유럽·미국, 태양광 전환 속도차… 한국 2030·2050 시험대

이번 주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주요 뉴스가 잇따라 전해졌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에서 나온 소식은 각기 다른 에너지 전략을 보여주지만, 공통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유럽에서는 …

정운 기자 2025.08.29

[정운의 글로벌 리포트] 글로벌 태양광 시장, 미국·중국 성장 속 유럽 둔화와 중동 확장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이 각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유럽은 보조금 삭감과 전력망 과잉으로 주춤하고 있다. 중동은 대형 프로젝트와 신규 플랫폼을 통해 본격적인 재생에너지 확산에 나섰으며, 아시아 …

정운 기자 2025.08.22

OCI홀딩스, 美 텍사스 100MW 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매각

- 자회사 OCI Energy, 사반치 리뉴어블스에 럭키 7 프로젝트 사업권 매각 완료-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댈러스 북동부의 홉킨스 카운티에 개발 예정OCI홀딩스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태양광 자회사 OCI Energy가 사반치 리뉴어블스와 10…

이지영 기자 2025.08.19

[정운의 글로벌 리포트] 글로벌 태양광 산업, 미국 성장 둔화 속 지역별 온도차 뚜렷

2025년 8월 둘째 주, 주요 국가들의 태양광 산업 동향에서 성장과 제약이 교차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미국은 정책 변수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아시아 일부 국가는 기존의 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신규 설비 용량 증가는 올해 7%로, 최근…

정운 기자 2025.08.15

미국, 태양광 패널 반덤핑 조사 확대…한국 태양광 북미 시장 수혜 전망

미국 정부가 태양광 패널 시장에 대한 무역 규제를 한층 강화하며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를 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중국 제조사들이 기존 관세…

박담 기자 2025.08.14

한-베트남, 청정에너지·태양광 협력 강화… 11건 MOU 체결

김민석 국무총리는 8월 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간 청정에너지와 전력망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또 럼(To Lam) 베트남 당 서기장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마련됐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박담 기자 2025.08.13

[글로벌 이슈 리포트] 미국·중국·독일·일본… 세계 태양광 판도 속 한국의 선택

세계 태양광 산업이 각국의 정책, 기술, 시장 상황에 따라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 이번 주 흐름만 봐도, 미국은 정책 축소로 수요 위축 경고가 나오고, 중국은 초고속 성장의 그늘에 공급 과잉이 드리운다. 독일은 성장세를 유지하지만 유럽 전체는 10년 만에 처음 역성장…

정운 기자 2025.08.08

한국동서발전, 요르단과 그린수소 기술기반 구축 기술교류회 개최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 요르단과 그린수소 기술기반 구축 기술교류회 개최- 그린수소 기술개발 및 사업추진 현황 공유한국동서발전(주)(사장 권명호)는 6일(수) 그린수소 연구개발(R&D) 클러스터에서 열린‘그린수소 기술 기반 구축을 위한 역량강화 기술교류회’를 통해 요르단 정부 관계자…

이지영 기자 2025.08.06

유럽 시민, 기후변화에 여전히 우려…정부 신뢰는 낮아져

– 유럽 5개국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후대응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해결할 것이라 믿지 않아”– 기후 우선순위 여전…‘적응’ 선호 늘고, 정치 냉소감이 회의론 확산시켜2025년 6월 30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5-12호에 따르면, …

박담 기자 2025.06.30

[태일루의 시선]“원전은 끝났다”를 고집하는 나라 – 독일의 뚝심

정치는 한 번 내뱉은 말을 얼마나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의 예술이다.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를 본 순간, 원자력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그리고 2025년 오늘, 그 약속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원전 재개 안건이 독일 의회에서 다시 부결되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찬…

태일루 기자 2025.06.07
기사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