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악의 핵 오염지, 최대 태양광 발전소로 친환경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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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드 핵저장시설. 리치랜드, 워싱턴. 출처 : 뉴욕타임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몇 주 동안 석유 및 가스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재생 에너지 전환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워싱턴 주에서는 정부 주도의 국가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943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의 핵무기 개발 중심지였던 핸퍼드 핵 시설(Hanford Nuclear Reservation)은 수십 년 동안 방사성 및 화학 폐기물 정화 작업을 거쳐 이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부지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사로 선정된 헤카테(Hecate)는 방사능 오염 제거가 완료된 부지 중 10,300에이커(약 42㎢)에 달하는 지역을 사용할 예정이다.
헤카테는 이미 뉴욕 센트럴 파크의 약 10배에 이르는 8,000에이커 부지에서 현장 평가를 시작했으며, 총 345만 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계획이다. 2030년에 완공될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최대 2,0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고, 별도로 2,000메가와트를 대규모 배터리에 저장할 계획이며 총 사업비는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미국 최대 규모인 네바다주의 코퍼 마운틴 태양광 발전소(802MW)의 두 배 이상 규모다.
다만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청정 에너지 발전 확대 계획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니퍼 그랜홈 전 에너지부 장관은 "이러한 부지들이 국가 안보를 위해 개발된 만큼 방치하는 것은 국가 안보나 에너지 안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차관보를 지낸 댄 라이허는 이번 프로젝트가 "정부가 청소 작업을 진척시키고 민간 개발자를 모집해 추진한 성과"라며 지원을 표했다. 또한 헤카테가 에너지부로부터 토지를 임대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민간 태양광 개발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이 지역의 임대료는 연간 에이커당 약 300달러 수준이다.
헤카테의 개발 책임자 알렉스 퓨는 정치적 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프로젝트의 기반이 튼튼하며, 이 지역의 전력 수요가 높기 때문에 사업성을 자신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태양광 발전소 예정지는 이전에 방사능 오염이 제거된 곳 근처이며,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원자로였던 B 원자로에서 불과 20마일(약 32km) 떨어져 있다. 핸퍼드 시설은 과거 미군 핵무기 플루토늄 생산량의 3분의 2를 생산한 곳으로, 폐쇄 당시 지하 탱크에 5,400만 갤런의 방사능 폐기물이 남아 있었다. 미국 정부는 1990년부터 본격적인 정화 작업에 들어갔으나 기술적 문제와 예산 삭감으로 인해 수차례 난항을 겪었고, 정화 작업은 금세기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단체인 트라이 시티 개발 협의회는 초기에는 프로젝트 규모에 우려를 표했지만,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소가 이 지역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하고 있다.
헤카테는 미국 12개 주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개발한 경험이 있으며, 스페인의 석유 가스 기업 렙솔(Repsol)이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다. 헤카테 측은 오염된 토양이나 물과 같은 예상치 못한 환경 위험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대적 과제다. 원자력 발전은 효율적이지만 방사성 폐기물과 같은 환경적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미국 핸퍼드 시설의 사례를 교훈 삼아 보다 신중하고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타산지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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