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태양광 붐…파키스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선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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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글로벌 태양광 시장 급부상…경제위기 속 놀라운 성장
2024년 말 기준, 파키스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태양광 패널을 수입한 국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2025 글로벌 전력 리뷰'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지난해에만 17기가와트(GW)의 태양광 패널을 수입하며 글로벌 주요 태양광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은 정부의 대규모 프로그램이나 유틸리티 중심의 정책이 아닌, 주택과 소규모 상업시설 등 민간 부문에서 전기요금 상승과 잦은 정전에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태양광 설치를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Renewables First의 무함마드 무스타파 암자드(Muhammad Mustafa Amjad) 프로그램 디렉터는 이번 태양광 붐을 두고 "비효율적인 전력 공급망과 불안정한 전기 공급으로 인해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태양광을 선택한 구조적 변화"라며, "태양광이 빠르게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기존의 전력망은 이 새로운 현실에 맞춰 대폭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라치의 에너지 전문가 우바이드 울라(Ubaid Ullah)는 "위성사진을 보면 파키스탄의 도시 지붕들이 모두 푸른색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번 성장이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실질적 대안으로서의 태양광 기술의 효용성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파키스탄의 이번 성장은 기후 정책이나 국제 금융지원과 같은 글로벌 트렌드와는 달리, 순전히 시장의 논리와 지역적 필요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계획이나 규제 없이 빠르게 확산되는 태양광 발전이 기존 전력망 운영자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겨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낮 동안 자가발전으로 전력을 해결하고 밤에만 기존 전력망을 사용하는 방식은 전력 회사의 재정 기반을 위협하고, 저녁 피크 시간대의 전력망 부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엠버 보고서는 "빠른 분산형 성장과 함께 현대화된 시스템 계획 및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하고 체계적인 전환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임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사례는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전환이 부유한 나라나 고배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진입장벽이 낮을 때, 에너지 전환은 정책의 속도를 넘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무스타파 암자드는 "이번 파키스탄의 사례는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민간 중심의, 시장 주도형 에너지 전환 모델을 제시한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배터리 저장장치 역시 태양광과 같은 궤적을 따라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 화석연료 비확산조약 이니셔티브(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 Initiative)의 전략 자문 하르지트 싱(Harjeet Singh)은 "파키스탄 사례는 태양광 에너지가 단순히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합리적인 선택임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최근 3년 태양광 패널 수입 용량. 출처 : 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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