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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력시장 자유화 10년의 교훈…'안정적 공급·탈탄소화'의 과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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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기자
8시간 21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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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 10년을 분석한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전력 소매시장 전면 자유화를 시행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경쟁 확대와 소비자 선택권 증가라는 성과와 함께 시장 설계의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1995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시작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개혁을 가속화해 2016년 소매시장 전면 개방, 2020년 송배전 분리를 완료하며 전력시장 구조를 전면 재편했다.


자유화 이후 전력시장에는 약 700여 개 신규 사업자가 진입했고 통신·가스·철강 등 다양한 산업군이 전력 판매에 참여하면서 경쟁 기반이 형성됐다. 결합상품과 시간대별 요금제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고, 일정 기간 전기요금 안정 및 하락 효과도 나타났다. 신전력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역시 점진적으로 확대되며 시장 개방의 성과가 가시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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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2022년 글로벌 연료가격 급등으로 도매 전력가격이 상승하자 도매시장 의존도가 높은 신전력사업자들이 수익 구조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대거 시장에서 이탈했다. 상당수 사업자가 파산하거나 철수하면서 전력 공급 계약이 끊긴 ‘전력난민’ 문제가 발생했고 시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할 시장과 계통,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일본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정책 방향으로,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시장 운영 단계에서는 전환 속도를 감당할 설계가 미흡했고 기존 대형 전력회사가 발전 설비와 판매망을 주도하는 구조 속에서 신규 소매사업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보호할 장치도 부족했다. 이로 인해 도매가격 급등과 판매사업자 이탈이 발생하자 전력 판매 경로가 불안정해졌고, 그 충격은 시장 대응력이 낮은 사업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부담 역시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서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과 공급 안정성 문제가 동시에 나타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계통 투자와 유연한 수급 운영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시장 구조와 비용 분담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못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도 최근 검증을 통해 자유화 정책이 평상시에는 경쟁과 효율성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공급 안정성과 가격 급등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전력시스템은 안정적 공급을 전제로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계통 운영 체계 개선과 소매시장 환경 정비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일본 사례는 한국 전력시장 개편 논의에 분명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시장 개방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요금 체계 정상화, 송전망의 실질적 중립성 확보, 장기계약 기반 확대, 최종공급자 제도와 같은 안전장치, 그리고 사업자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시장 충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태양광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이러한 변동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익 안정성과 위험 분산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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