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의 글로벌 리포트] 중국 태양광 제조력, 세계 에너지 판도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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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태양광 패널 가격이 지난 10년간 90% 가까이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각) “중국이 전례 없는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장하면서 세계 에너지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0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35년까지 410GW로 예상했던 전 세계 태양광 설치 용량은 이미 네 배를 넘겨 1,640GW에 도달했다.
급격한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중국 제조업의 압도적 공급 역량이 있다. 블룸버그NEF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중국은 글로벌 태양광 모듈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모듈 단가는 와트당 9센트까지 떨어졌고 이는 유럽(30센트), 미국(40센트)보다 훨씬 낮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패널 가격은 약 90% 하락했고 설비 투자비 역시 70% 가까이 줄었다. IEA의 헤이미 바하르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생산 확장이 전 세계 재생에너지 하드웨어의 가격을 근본적으로 낮췄다”고 분석했다.
가격 하락은 새로운 확산을 불러왔다. 인도는 2030년까지 500GW의 청정에너지 용량 확보를 목표로 이미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출용 석유를 절감하기 위해 130GW 규모의 태양광 단지를 계획 중이며, 아프리카 각국에서도 주택과 상점의 옥상 태양광이 빠르게 늘고 있다. FT는 “저렴한 패널 덕분에 나이지리아·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전력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급팽창의 그림자도 짙다. 중국 내 7대 상장 태양광 기업은 2024년 회계연도에 총 270억 위안(약 5조4천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418억 위안의 흑자와 대조적이다. 과잉 생산된 모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가격이 추가로 하락했고 기업 수익성은 악화됐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는 “121개 상장사 중 39개가 적자 상태”라고 밝혔다.
정치적 변수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반대 기조 속에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네바다 사막의 대형 프로젝트가 연방 승인 취소로 중단됐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인센티브가 축소되면서 투자자 이탈이 이어졌다. IEA는 “트럼프 정책으로 미국의 재생에너지 성장 전망이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고원지대와 사막을 활용해 대형 발전 단지를 잇따라 조성하며 세계 시장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티베트 고원의 타라탄 솔라파크는 시카고 면적에 해당하는 규모로 희박한 대기층을 이용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유엔 연설에서 “녹색 전환은 시대의 방향”이라며 글로벌 주도권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국의 경쟁 구도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이 보조금 축소와 관세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 속도를 늦추는 사이 중국은 원자재·부품·완제품까지 통합된 공급망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태양광 셀·웨이퍼·인버터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80~95%에 달한다. FT는 “중국은 이미 에너지 기술의 ‘패권적 제조국’이 되었으며, 미국은 정책 혼선으로 기술 경쟁에서 한발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요금 인하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도매 전력비는 낮아지지만 소비자 요금은 즉시 떨어지지 않는다”며 “정책 일관성과 송전 인프라가 뒤따르지 않으면 전환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태양광 산업의 승자는 ‘가격’이 아니라 ‘지속성’에서 갈릴 전망이다. 중국은 값싼 패널을 넘어 자국 기술·표준을 세계 시장에 이식하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과 공급망 제약에 묶여 있다. FT는 “중국의 기술력과 공급 규모는 이미 세계 표준이 되었지만, 과잉투자와 정책 리스크가 그들의 가장 큰 과제”라며 “향후 10년은 에너지 주도권이 아시아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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