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소규모 태양광 사업자 보호 없이 RPS 일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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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일몰과 입찰제도 전환의 배경은 정책의 효율성과 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데 있다. 현행 RPS는 발전사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하기보다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방식으로 편중되어 왔으며, 이는 결국 REC 가격 변동성 심화와 수급 불안정을 초래했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문제로 인해 RPS 방식을 폐지하고 경쟁입찰제도로 전환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 또한 보다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바로 소규모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등은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별도의 보호 장치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으면, 경쟁입찰 방식이 결국 대기업 위주의 시장 독점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단순히 시장에서의 생존 문제를 넘어, 중소 규모의 제조·시공 산업 전반의 위축과 기술 혁신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RE100 정책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해온 공헌자들이다. 정부가 보급 확대를 목표로 추진했던 정책을 믿고 투자에 나섰던 이들 사업자는 일종의 정책적 약속을 믿고 시장에 참여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설비는 확대되었고, 이는 국가적인 성과로도 이어졌다. 이제 정책 방향이 전환된다고 해서 이들이 오롯이 그 피해를 감당하게 하는 것은 정책의 책임성을 의심케 한다.
또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투자를 진행하여 이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의 역할도 존중해야 한다. 정책 전환 후 발생할 부담을 투자자이자 유권자인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전가해서는 더욱 안 된다. 정책적 실패나 오도를 고스란히 소규모 사업자에게 떠넘기면 결국 시장 전체의 신뢰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따라서 향후 정책의 핵심은 명확하다.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보호정책의 강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별도의 소규모 전용 입찰 시장 구성, 설치 용량 중심의 접근, 가격 우선권 부여 등의 보호책은 보다 구체화되어야 하며, 충분한 기간 동안의 단계적 연착륙이 필수적이다. 또한 금융시장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금융 지원 제도 및 신용 보증 체계도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받는 동시에 안정적인 시장 참여를 유지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능하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자를 정책의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파트너이자 재생에너지 생태계의 중요한 주체로 인식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일몰 및 입찰 제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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