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송배전망 미구축으로 피해 보는 민간 발전업자들…진짜 원인은 탈원전 아닌 ‘전력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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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민간 발전사들이 한국전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한전이 송배전망 구축 등을 제때 하지 않아 전기를 생산·판매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전국 곳곳이 송배전망 문제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 등 동해안 민간 발전업체들의 사정은 특히 심각해졌다는 지적이다. 이를 기화로 반신재생 에너지 진영과 결탁된 일부 보수 언론이 이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송배전선 건설이 지연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취약한 막무가내식 트집잡기에 불과하다.
출처: 현대건설
송전선 건설이 지연된 근본적이고 가장 큰 원인은 송전탑 등 송전선 시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발이다. 송전탑과 같은 시설은 주민들에게 대표적인 혐오 시설로 인식되어 오랜 기간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빚어 왔다. 송전망 건설 지연은 탈원전 정책 이전인 2019년 완공 예정에서 이미 지속적으로 미뤄져 7년 이상 지연되어 왔다. 즉, 주민들의 반발이 송전망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게 발생한 문제다.
게다가 배전 전력망의 부족으로 인해 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전력이 남아도는데 정작 수도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의 공급이 불가능한 '전력 미스매치'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구조적 문제였다. 이는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발전 설비가 집중된 동해안과 수도권 간의 송전 용량 불균형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또한 한전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체적인 경영 판단 오류 및 소극적 대응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신규 석탄발전소나 원전 사업자들의 사업 포기를 기대했다 하더라도, 한전이 송전망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것은 경영적 책임이지 정책이 직접 요구한 것이 아니다.
특히 동해안의 송전망 용량은 원전 8기와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발전량 총 16GW를 수용하기엔 이미 부족한 11.4GW 수준으로, 탈원전 여부와 무관하게 송전선 추가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송전망 계획을 취소하거나 철회한 적은 없으며 지속적으로 건설 계획은 유지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자체가 송전선 지연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결국, 송전망 건설이 지연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주민 갈등, 지역 내 전력 미스매치라는 구조적 문제와 한전의 소극적인 경영상 대응 문제이지, 탈원전 정책과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향후 송전망 문제 해결을 위해선 탈원전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 설득과 합리적인 배전망 확충 전략 수립, 그리고 한전의 책임 있는 경영 판단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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