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전력시스템 견제 본격화…K배터리 BESS 시장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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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전력 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BESS)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둔화를 BESS가 보완하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K배터리의 시장 점유율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명령 14420은 대형 변전소 변압기와 계통연계형 인버터, BESS, 고전압 차단기, 제어시스템 등 주요 전력 설비의 수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국가를 직접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산 전력 시스템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오는 12월 24일까지 관련 규칙을 확정하고 규제 대상 장비 또는 공급업체를 지정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미국 내 전력 수요 급증과 전력 인프라의 안보 문제가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가 단순한 산업용 설비를 넘어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면서 중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분야로는 BESS가 꼽힌다. 2025년 기준 미국 주요 전력 시스템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를 보면 BESS가 59%에 달했다. 반면 인버터와 변압기, 스위치기어 등은 중국산 비중이 2~8% 수준에 그쳤다. 미국의 주요 BESS 사업자들이 그동안 CATL 등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수입해 설치해온 영향이다.
올해까지는 기존 중국산 배터리 재고가 상당 부분 사용되겠지만 내년부터는 설치량 기준으로 한국산 배터리의 비중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해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BESS용으로 전환해온 전략도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와 맞물리게 됐다.
중국 BESS 업체들의 해외 진출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이미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CNESA 자료를 인용한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해외 BESS 계약 규모는 298GWh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북미 지역 계약은 5GWh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120GWh로 가장 많았고 기타 지역 114GWh, 호주 30GWh, 중동 29GWh 순이었다. 전체 298GWh 가운데 북미 비중은 약 1.7%에 불과하다. 미국의 보조금 수령 요건에 비중국산 부품 비율을 적용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예상된다. EU는 현재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대한 관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 가속화법을 통해 EU 역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에 일정 비율 이상의 소재와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도록 요구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BESS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 검증 역시 2029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K배터리는 단기적으로 미국 BESS 시장 확대의 수혜를 받고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 BESS 시장에 대한 매출 민감도가 높은 국내 소재·부품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먼저 나타나고 내년부터 그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자체도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 2,061만대에서 올해 2,401만대, 2027년 2,821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22.3%에서 올해 25.2%, 2030년에는 40.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47만대에서 올해 130만대로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7년에는 150만대로 반등하고 2030년에는 291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유럽은 지난해 386만대에서 올해 467만대, 2027년 579만대로 비교적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중국 역시 올해 약 1,500만대에서 2030년 2,282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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