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2030년, 태양광이 원전을 이긴다. 한국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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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이 원전을 이긴다. 그런데 한국은 왜 못 바꾸는가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하나가 눈에 띈다. 제목은 《Assessing the Levelized Cost of Energy in South Korea》. 이름 그대로, 한국의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단가(LCOE)를 2050년까지 분석했다.
요지는 단순하다.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싸다. 해상풍력은 석탄을 따라잡는다. 수소 혼소는 너무 비싸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재생에너지에 배터리를 붙이면 수소보다 훨씬 저렴하다.
다 알고 있던 내용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수치로 확인됐고, 시점까지 구체적이다. 태양광은 2030년이면 원전보다 싸진다. 해상풍력은 2030년에 석탄과 비슷해진다. 수소는 2045년에도 너무 비싸다. 그게 핵심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원전 확대, 석탄 유지, 수소 투자에 목을 맨다.
기술은 바뀌었지만 제도와 정책은 그대로다.
LCOE(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단가)가 말해주는 것: 싸진 기술, 바뀌지 않는 구조
보고서는 말한다. 100MW급 태양광은 2030년에 $47/MWh까지 내려간다. 원전은 그보다 비싸진다. 풍력도 떨어진다. 부유식 해상풍력조차 2030년대 후반이면 석탄보다 싸다.
그런데 한국의 11차 전력수급계획은 여전히 원자력 확대를 말한다. 석탄과 LNG가 주력이다. REC 가격은 바닥이고, 태양광 업자는 줄줄이 폐업한다. 이게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경제성의 문제는 아니다. 누가 결정권을 쥐고 있느냐의 문제다.
수소는 아직 멀었다. 배터리는 이미 와 있다.
한국 정부는 수소경제를 미래 먹거리라 부른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수소를 섞겠다고 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단호하다. 수소 혼소는 2045년에도 $200/MWh이 넘는다. 이건 다른 모든 발전원보다 비싸다.
반면 태양광+배터리 하이브리드는 2045년 기준 $136/MWh, 2050년엔 $123까지 떨어진다. 전기도 싸고 유연성도 있고 탄소도 안 나온다.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가능한 선택이다. 그런데 한국은 미래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풍력은 입지가 생명이다. 그런데 한국은 허가가 안 난다.
고정식 해상 풍력은 수심 얕고 송전선 짧은 지역에 설치하면 저렴하다. 여수, 태안, 고창이 유망하다. 그런데 발전단지 하나 만들려면 수년이 걸린다. 어민 반대, 지자체 갈등, 인허가 지연이 겹친다.
기술보다 사회적 수용성이 더 큰 장벽이 되고 있다.
결국 기술이 아니라 정치가 문제다
이번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한국은 싸진 전기를 왜 못 쓰는가?
정답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정책은 느리고, 행정은 복잡하고, 기득권은 버티고 있다. 원자력은 여전히 권력의 언어고, 재생 에너지는 여전히 민간에게만 떠넘겨진다.
보고서는 단순한 수치를 말한다. 태양광은 싸지고 있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수소는 비싸다. 원자력은 점점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10년 전의 해답에 매달린다.
바뀐 기술 앞에 서 있는 낡은 제도.
지금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다.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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