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제주, ‘태양광 출력제어 없는 지역’ 실험 시작…정부, 분산 에너지 특구 4곳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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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남·제주·부산·경기 의왕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하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지역 안에서 저장·소비하는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이번 결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열린 첫 에너지위원회에서 확정된 것으로, 중앙집중형 전력망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활용하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제주와 전남은 국내에서 재생 에너지 설비가 가장 빠르게 확산된 지역이지만 출력 제어와 계통 혼잡으로 인해 생산된 태양광과 풍력 전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정부는 제주에서 전력을 열로 전환(P2H)하는 실증,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반 가상발전소(VPP),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시장 자원으로 활용하는 V2G 실험 등을 추진한다. 특히 제주도는 재생 에너지 입찰 제도와 실시간 전력 시장이 이미 도입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분산형 전력거래 모델의 테스트 베드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은 태양광 발전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전력을 전송할 송배전망이 부족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정부는 해남·영암 등 태양광 밀집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발전한 전기를 지역 내에서 직접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고 인공지능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기술로 전력 생산과 수요를 동시에 최적화할 계획이다. 또한 배전망에는 ESS를 대규모로 설치해 태양광 접속대기 물량을 줄이고 출력 제어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병행된다.
부산과 경기 의왕은 재생 에너지보다 전력 수요가 높은 소비 중심 지역으로 이곳에서도 특구 지정을 통해 발전·판매 겸업을 제한하던 규제가 완화된다. 부산에서는 항만·산업단지·데이터센터에 ESS를 설치해 저장된 전기를 직접 거래하는 사업모델을 추진하며, 경기 의왕은 공원 내 태양광·ESS·전기차 충전소를 연결한 마이크로그리드를 실증해 저장된 전기를 전기차 충전 등으로 직접 소비하는 구조를 실현한다.
이번 정책은 “전기는 남는데 보낼 길이 없다”는 태양광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첫 제도화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분산 특구 운영을 통해 대규모 송전망 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태양광 출력제어 감소, 지역 중심 전력 신산업 육성, 데이터센터·전기차와 연계된 새로운 시장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분산 특구 지정은 중앙 집중형 전력 체계를 지역 분산형 구조로 바꾸는 출발점”이라며 “재생 에너지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전환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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