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원전 집착은 시간 낭비, 해답은 재생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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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가장 뜨거운 질문을 정면으로 받았다.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할 수 있느냐는 물음, 그리고 기후환경에너지부 개편이 정책 혼란을 부르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대통령의 답변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오늘 한국이 서 있는 좌표를 드러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시간’과 ‘현실성’이라는 문제, 다른 하나는 ‘갈등과 제도 운영’의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원전 확대론의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원전을 새로 짓는 데 최소 15년이 소요되며, 현실적으로 부지도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30기 이상의 신규 원전을 지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전은 장기적 투자일 수 있지만 단기적 해법으로 삼기에는 늦고 무겁다. 현실은 빠르게 전력을 요구하는데 공급 수단은 느리게 따라오는 모순이 발생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재생 에너지였다. 태양광과 풍력은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시각이다. 화석 연료는 탄소 중립 목표로 인해 확장할 수 없고, 석탄과 가스에 더 이상 의존하는 것도 국제적 합의와 국내적 현실 모두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재생 에너지의 대대적 확충과 인프라 투자가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 선택이 된다.
그렇다고 원전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믹스”라는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건설 중인 원전은 마무리해야 하되 기존 원전은 안전이 담보되는 범위에서 가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원전의 환상’에 매달리는 태도다. 시간은 늦고, 수요는 빠르며, 정책은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 확대 개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다른 각도를 제시했다. 독립된 부처가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 소통하지 않는 것보다 한 부처 안에서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전기차 보조금 정책 사례가 그 예다. 환경부가 산업 발전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채 보조금 제도를 설계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대통령은 “차라리 싸워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와 산업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각각 노동자와 사장의 입장을 대변하며 충돌할 때 오히려 현장의 갈등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는 비유였다. 제도 안의 갈등이 곧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현안 답변이 아니다. 한국 에너지 전환의 세 가지 좌표를 동시에 보여준다. 첫째, 원전은 느리고 재생 에너지는 빠르다. 둘째, 갈등은 제도 안에서 조정될 때 힘을 발휘한다. 셋째, 정책은 국내적 과제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결론은 더욱 분명해진다. 막대한 전력 수요를 단기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뿐이다. 그러나 발전소만 늘려서는 해답이 되지 않는다. 송전망 확충, 요금 체계 개혁, REC 제도 정비 같은 인프라와 제도 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전기는 ‘산업의 쌀’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망과 제도는 국가 경쟁력의 뼈대다.
또한 이 문제는 한국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RE100과 탄소 중립은 글로벌 산업 생존의 기준이 되었고 한국 기업 역시 국제 경쟁 속에서 그 규범을 충족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 확대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수출과 투자, 고용과 기술 발전을 함께 끌어가는 국가 전략의 최전선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곧 국내 산업 정책과 국제 규범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 인식의 표현이었다.
결국 한국의 길은 명확하다. 원전은 보조축으로 남고 재생 에너지가 주력으로 전환된다. 갈등은 숨기지 말고 제도 안에서 맞부딪히며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국제적 경쟁 속에서 속도와 신뢰를 동시에 요구받는다. 이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내놓은 답변은 한국 에너지 전환의 필수 조건을 요약해 보여준다. 원전은 늦고, 재생은 빠르며, 갈등은 제도 안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갈 길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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