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탄소 중립을 가로막는 재생 에너지 접속 제한 > 정책/법

본문 바로가기

정책/법

[태일루의 시선] 탄소 중립을 가로막는 재생 에너지 접속 제한

profile_image
태일루 기자
2025-09-01 09:02 0

본문

전력망은 고속도로다. 송전선은 빛을 실어 나르고 발전기는 그 길 위를 달린다. 그런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도로에는 방지턱이 있다. 이름은 화력발전기의최소발전용량’. 안전과 환경을 이유로 발전소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출력 하한선이다. 그러나 그 수치는 국제 권고보다 훨씬 높아 재생에너지의 속도를 끊어 세운다.


기후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석탄 발전소는 평균 60%, 가스 발전소는 50% 가까운 출력을 보장받는다. 반면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가 제시한 국제 권고 수준은 30~40%. 전력거래소 규정에는필수 운전 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먼저 보장한 뒤 남은 수요에서만 재생에너지를 허용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결국 태양광과 풍력은 수요가 충분해도 차단 당하는 구조다.


해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4년 신규 화력발전기의 최소 출력을 50%에서 30%로 낮췄다. 인도 중앙전기위원회는 2023년 규정을 개정해 기존 70%였던 최소 발전 용량을 55%로 줄이고, 4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2016년 이후 설비 개조와 재생 에너지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최소출력을 30~40%까지 내리며  20%에 달하던 출력제어율을 3% 수준으로 줄였다. 기후솔루션 보고서는 이와 같은 해외 사례를 들어 한국도 최소 발전 용량을 국제 기준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39b40d3190e1dbc7c06183f6ba6dee9a_1756684946_1727.jpeg
 

그러나 한국은 다른 길을 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계통관리변전소제도를 도입해 전국 205개 변전소를 지정하고 무제한 출력 제어에 동의하지 않은 사업자의 신규 접속을 차단했다. 기후솔루션 보고서는 이를 두고재생에너지가 우선 접속, 출력 제어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국제 원칙과 거꾸로 가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햇빛과 바람이 충분해도 설비는 멈춰 서야 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전가되었다.


현장의 목소리는 무겁다. 한 농촌 태양광 사업자는대출 상환을 수익으로 맞추려 했지만 출력제어로 계획이 틀어졌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사업자는햇빛은 충분했는데 왜 멈춰야 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렸다. 기후솔루션은 이러한 피해가 단순한 수익 감소를 넘어 유지관리 지연과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제주의 경험은 시사점을 던진다. 전력거래소는 2024 8월 규정을 개정해최소 발전 용량 이하 운전제도를 도입했다. 필수 운전 발전기를 기존 하한선보다 더 낮춰 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기후솔루션 보고서는 이를최소 발전 용량이 절대적 기술 한계가 아니라 제도 설계에 따라 조정 가능한 값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육지 계통에도 같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환경 논리도 다시 짚어야 한다. 화력 발전 업계는 저부하 운전 시 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풍력·태양광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화력 발전의 저부하 운전으로 발생하는 배출 증가는 전체 회피 효과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보고서 역시환경 규제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차단 논리로 작동하는 역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첫째, 화력 발전기의 최소 발전 용량을 국제 수준인 30~40%로 조정해야 한다. 둘째,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과 검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신규 재생 에너지 설비의 접속을 차단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접속은 원칙이고 출력 제어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태양은 매일 떠오른다. 빛은 넘치는데 멈춤을 강요하는 것은 제도다. 기후솔루션 보고서의 지적처럼 재생 에너지 고속도로 위의 방지턱을 낮추는 것이 탄소 중립으로 가는 첫 번째 과제다. 태양광 사업자가 더 이상있어도 못 쓰는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의 신호를 바꿔야 한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8 건 - 1 페이지

[태일루의 시선] 원전 집착은 시간 낭비, 해답은 재생 에너지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가장 뜨거운 질문을 정면으로 받았다.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할 수 있느냐는 물음, 그리고 기후환경에너지부 개편이 정책 혼란을 부르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대통령의 답변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오늘 한국이 서 있는 …

태일루 기자 2025.09.12

[태일루의 시선] 속도를 잃은 에너지 정책, 내년 지방선거가 마지막 시간표

세 개의 논란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정부 조직 개편의 상징이 될 줄 알았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후퇴했고 한수원이 체결한 웨스팅하우스 계약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술 주권을 잃었다는 자책을 낳는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전력 위기는 산업의 미래를 가르는 전쟁처…

태일루 기자 2025.09.08

주민 주도형 햇빛 연금·난방 전기화…2026년 재생 에너지 전환 본격화

환경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태양광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규 사업을 대거 포함시켰다. 화석연료 기반 지원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지출구조를 조정하면서 지역 주민과 생활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예고된다. 2026년 환경부 예산 및 기금안 총지출은 올…

박담 기자 2025.09.03

열람중[태일루의 시선] 탄소 중립을 가로막는 재생 에너지 접속 제한

전력망은 고속도로다. 송전선은 빛을 실어 나르고 발전기는 그 길 위를 달린다. 그런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도로에는 방지턱이 있다. 이름은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 안전과 환경을 이유로 발전소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출력 하한선이다. 그러나 그 수치는 국제 권고보다 …

태일루 기자 2025.09.01

정부, 재생에너지 437MW 접속지연 해소 추진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전력망 혁신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8월 29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2025년 제2차 전력계통혁신포럼」을 열고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계통 수용을 위한 실행 과제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는 국가기술표준원, 한국…

박담 기자 2025.08.29

국내외 기후환경단체 33곳, 국제사법재판소 권고에 맞춰 2035 NDC 상향 요구

기후 솔루션, 플랜1.5, PISFCC, WYCJ, Earthjustice, CIEL 등 33개 국내외 기후환경단체가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고 명시한 국제사법재판소(ICJ) 권고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파리기…

박담 기자 2025.08.28

RE100 이행률 여전히 낮은 국내 기업…정부, 제도 개선 속도

국내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률이 글로벌 평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제도 개선과 기술 도입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오는 8월 26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열리는 2025 아·태 재생에너지…

박담 기자 2025.08.24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불확실…“전력 차질 땐 산업단지 운영 불가능”

국가 전략산업으로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계획이 안전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2401호 보고서에서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 없이는 클러스터 운…

박담 기자 2025.08.22

[태일루의 시선] 유럽 기후전략, 리더십을 잃을 것인가 지켜낼 것인가

유럽은 다시 한 번 기후를 권력의 언어로 세우려 한다. 탄소는 대기 속의 무해한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국경세를 정당화하는 관세표이며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이고 국제 회의장에서 휘둘러지는 규율의 도구다. 2050년 탄소중립, 2040년 90% 감축이라는 숫자는 과학…

태일루 기자 2025.08.18

주차장, 불볕 더위 속 ‘친환경 발전소’로 변신한다 - 신재생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금년 11월말 …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정관, 이하 산업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및 하위 고시인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일부 개정안을 마련하여 8월 14일(목)부터 9월 23일(화)까지 입법·행정예고를 실시한다…

박담 기자 2025.08.14

기후·에너지 정부조직 개편, 통합 거버넌스 구축 시급 - 국회입법조사처, 조직개편 쟁점·과제 분석 보고서 발…

국회입법조사처가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며 조직 개편은 통합과 균형의 원리 아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부 ‘…

박담 기자 2025.08.14
기사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