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유가가 오르면 태양광 사업자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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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오르면 전기 요금이 오른다. 이는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도 웃는 사람들이 있다. 연료를 쓰지 않는 발전 사업자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자다.
전력시장에선 연료비가 싸움의 핵심이다. 우리 나라의 계통한계가격(SMP)은 공급자 중 가장 비싼 발전 단가를 가진 발전원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LNG 복합 화력이 이 기준점이 된다. 그런데 LNG 가격은 국제 유가에 연동된다. 유가가 오르면 LNG도 오르고 LNG가 오르면 계통한계가격도 따라 오른다.
그런데 태양광은 연료를 쓰지 않는다. 패널만 깔면, 태양은 돈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연료비가 오른다는 건 경쟁자들의 원가만 오르고 태양광은 그 혜택만 고스란히 받는 구조다.
유가 상승 → LNG 상승 → 계통한계가격 상승 → 태양광 발전단가 변동 없음 → 판매단가만 상승.
게임의 룰이 그렇다.
물론 모든 태양광 사업자가 웃는 건 아니다. 계통한계가격에 수익이 연동된 사업자는 이득이 크다. 반면 장기 고정가격 계약자는 변동이 없다. 계통한계가격이 300원이 되든 100원이 되든 계약된 금액을 받는다. 시장의 ‘쏠림’과 무관하게 ‘안정’을 택한 구조다.
REC 중심 수익 모델은 또 다르다. 계통한계가격이 오르면 REC 가격이 오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반대다. 계통한계가격이 높아지면 정부는 REC 필요성을 낮게 본다. 오히려 REC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REC 중심 구조는 계통한계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건 하나다. 태양광은 연료비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료비가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된다. LNG는 물론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는 발전은 모두 불리해진다. 연료비 상승은 태양광의 존재 이유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장치가 된다.
그러나 함정도 있다.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계통한계가격은 정책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계통한계가격 상한제, 전력시장 개편, 정산 방식 변경 등이 동시에 작동하면 유가 상승이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REC는 변동성이 더 크다. 따라서 유가 상승만 보고 태양광 사업을 낙관하는 건 위험하다.
결론은 명확하다.
국제 유가 상승은 태양광 사업자에게 호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이고 조건부이며, 정책·시장 구조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는 이익이다. 유가를 보는 눈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시장 전체의 ‘게임의 룰’을 이해하는 것이다.
태양광 사업은 날씨만 보는 장사가 아니다. 시장을 읽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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