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민간 아파트 태양광 의무화,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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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아파트에 태양광을 의무화하면 서민 주거비가 오른다고 한다. 단골처럼 반복되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작 그 ‘부담’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명확히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중국산 패널”, “친중 정책” 같은 정치적 수사를 덧붙여 반대 여론을 자극한다.
정부 추산은 이렇다. 전용 84㎡ 기준 약 130만 원의 추가 설치비가 든다.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매년 22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약 5~6년 안에 원금이 회수된다. 패널 수명이 20년 이상임을 고려하면 나머지 15년 이상은 순이익이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 이익을 위한 초기 투자 아닌가.
물론 건설업계는 실제 설치비가 두 배 넘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기술 미숙과 시행 착오가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정책 초기의 문제다. 시간이 흐르면 설치 효율은 높아지고 자재 단가도 떨어진다. 시장은 그렇게 성장한다. 지금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수조 원이 들지만 20년 전엔 그것조차 “돈 낭비”라는 말이 있었다.
‘서민 주거비 부담’이라는 말 당장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한 달 2만 원씩 줄어드는 전기요금, 여름철 덜 더운 실내 온도, 탄소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까지 생각하면 실질 부담은 거꾸로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의 에너지복지·분양가 상한제·금융 지원 제도까지 감안하면 그 ‘부담’은 더 작아진다.
더 중요한 건 이 정책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태양광을 설치하는 건 단지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보다 정직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중국 의존이 문제라고? 그렇다면 왜 태양광 산업 육성은 방치했나. 정책 반대 세력은 늘 한국 태양광 산업의 자립을 방해해 왔다. 지금이라도 국내 기술을 키우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중국산 쓰기 싫다고 태양광 자체를 거부하는 건 자동차 값 오른다고 보행만 하자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
탄소 중립은 미룰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이미 늦었고, 지금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
태양광 의무화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정책이다. 정직한 정책에는 일시적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불편함은 결국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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