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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점검] RPS 없애면서 지원장치도 걷어내나…계약시장, 재생에너지 확대 동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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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담 기자
2026-10-02 14:4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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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이끌어온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RPS를 경쟁입찰 방식의 장기 계약시장으로 대체해 재생에너지 시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작 재생에너지 보급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한 유인책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발전공기업 등의 재생에너지 보급의무를 상당 부분 유예하거나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공급 측면에서는 가격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고 있어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대전환 목표와 제도 설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가격 경쟁력을 보완할 구체적인 장치 역시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달 30일 서울 엘리에나호텔에서 ‘RPS 개편 재생에너지법 하위법령 개정안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계약시장 운영방안과 RPS 일몰방안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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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연대경제 등 재생에너지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RPS 개편 재생에너지법 하위법령개정안 대국민 공청회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RPS를 폐지하는 대신 경쟁입찰을 통해 재생에너지 물량을 확보하고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 체제를 도입한다. 정부가 필요한 재생에너지 물량을 정해 입찰에 부치고 선정된 발전사업자가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시장가격과 계약가격의 차이를 정산해 발전사업자의 장기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제도의 기본 취지다.


문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의무이행 과정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청회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 3년간 이행 유예와 대체이행 제도를 함께 활용할 경우 당해 연도 보급의무의 최대 60%를 직접 이행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도 전환에 따른 발전공기업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지만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실제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부지 확보와 인허가, 주민수용성 확보, 계통 접속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 시행과 동시에 대규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초기 3년간 의무량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업 준비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국가적인 에너지 전환 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제도 시행 초기부터 의무량의 상당 부분을 실제 설비 확충 없이 넘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의무이행의 유연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계약시장의 보급 효과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더 큰 문제는 공급 측면이다. 정부안은 경쟁입찰을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장치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RPS 체제에서는 발전원과 사업 형태에 따라 REC 가중치를 달리 적용해 사업성을 보완했다. 주민참여와 특정 입지 등 정책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사업에 추가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방식이었다. 계약시장에서는 이러한 가중치 체계가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정책 목적에 따라 가격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정부는 500kW 이하 소규모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별도 시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규모 발전사업자와 소규모 사업자가 동일한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장을 따로 만드는 것만으로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사업은 대규모 사업에 비해 기자재 조달과 시공, 금융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 같은 1kWh를 생산하더라도 사업비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별도 시장을 만들더라도 가격 상한과 평가방식이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보호장치로 작동하기 어렵다.


정부가 경쟁입찰을 통해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지나치게 무게를 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낮은 가격이 곧 경쟁력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적용되면 자본조달 능력이 좋은 대규모 사업자에게 시장이 집중되고 중소 발전사업자의 진입은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정책 목표와 발전사업자가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익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올해 마지막 RPS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도 정부는 국내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LCOE) 변동 추세 등을 반영해 상한가격을 결정했다. 계약시장에서도 비용 절감과 경쟁 촉진은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은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을 계속 낮추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통연계 비용과 금융비용을 낮추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계약 물량을 제시하는 등 사업비 자체를 낮출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발전사업자의 비용은 그대로 둔 채 입찰가격만 낮추도록 요구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사업자에게 전가된다.


공청회에서 계약시장의 연도별 물량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실제 사업비를 반영한 적정가격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입찰 공고가 나온 뒤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와 계통 검토, 금융조달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어느 해에는 대규모 물량을 내놓고 다음 해에는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계약시장을 운영한다면 민간사업자는 안정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정부가 중장기 보급 목표에 맞춘 연도별 계약 물량을 사전에 제시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존 발전사업자의 전환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는 기존 REC 권리를 일정 기간 인정하고 현물시장을 2029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장기 고정가격계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환시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환가격이 충분한 사업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기존 사업자가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할 유인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시장의 평균가격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실제 발전비용과 금융비용, 운영비 등을 반영해 전환가격을 설계해야 한다는 발전사업자 측 요구가 제기되는 이유다.


계통 접속을 기다리고 있는 사업자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미 부지와 인허가 등에 자금을 투입했지만 계통 부족으로 발전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사업자에게 제도 변경의 책임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에 대한 명확한 경과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RPS 종료 과정에서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번 RPS 개편을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장기 계약을 통해 수익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정부가 보급 물량을 직접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RPS의 한계를 보완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계약시장의 목적이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더 싸게 구매하는 데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하려 한다면 시장에 참여할 사업자도 늘어나야 하고 기존 사업자의 재투자도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격과 장기적인 물량, 금융·계통·인허가 비용을 낮추는 정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특히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보호한다면서 별도 시장만 만들어 놓고 대규모 사업과 사실상 비슷한 가격경쟁을 요구한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규모 분산형 발전이 갖는 계통과 지역경제 측면의 가치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RPS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지난 15년 동안 민간 자본을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왔다. 새로운 계약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려면 기존 제도를 없애는 것 이상의 장치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면서 수요 측에는 폭넓은 이행 유예를 허용하고 공급 측에는 더 치열한 가격경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대전환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발전사업자가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과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익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이제 답해야 할 것은 RPS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가 아니다. RPS가 사라진 뒤 누가 어떤 가격으로 재생에너지에 계속 투자하도록 만들 것인가다. 계약시장의 성패는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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