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고정가격입찰 지원 17배 급증…RPS 폐지 앞둔 시장 불안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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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W 공고에 893MW 접수, 전년 52MW에서 급증
지원율 89.3%에도 경쟁률은 0.88대 1 그쳐
RPS 이후 계약시장 세부안 불투명…정책 연속성·예측 가능성 과제로
올해 첫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 접수된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급격하게 위축됐던 입찰 참여가 상당 부분 회복된 모습이다. 다만 정부가 공고한 1GW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해 경쟁입찰 시장이 정상적인 경쟁 구도를 회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제1차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는 총 1,767개 발전소, 89만2,911kW가 접수됐다. 공고용량 100만kW 대비 지원율은 89.3%다. 이 가운데 1,557개 발전소, 86만3,110kW가 최종 선정됐다. 접수용량의 96.7%가 선정된 셈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사업자들의 참여는 크게 늘었다. 2025년 상반기에는 같은 1GW 공고에 약 52MW가 접수돼 공고 대비 지원율이 5%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접수된 893MW는 지난해보다 17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사업자들로부터 사실상 외면받았던 고정가격계약 시장에 다시 상당한 물량이 들어온 것이다.
다만 지원 물량의 급증을 곧바로 경쟁입찰 시장의 정상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올해도 공고용량 1GW를 채우지 못했고 공식 경쟁률 역시 0.88대 1에 그쳤다. 제한된 계약 물량을 놓고 다수의 발전사업자가 경쟁하는 경쟁입찰 본래의 취지를 고려하면 아직 충분한 경쟁이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서는 접수용량이 공고용량보다 적어 미달 시 적용하는 별도의 선정 기준이 적용됐다. 부적격 설비를 제외한 접수물량을 기준으로 최소 경쟁률을 맞추고 용량 기준과 발전소 개소 기준 가운데 최종 선정용량이 더 많은 방식을 적용하는 규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발전소 개소 기준으로 최종 선정 물량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접수된 893MW 가운데 863MW가 선정됐다. 용량 기준으로 보면 접수 물량의 약 97%가 계약 대상에 포함됐다. 입찰에 참여한 설비 대부분이 선정된 만큼 경쟁을 통한 선별 기능은 제한적으로 작동한 셈이다. 지난해보다 참여가 크게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시장에 충분한 경쟁이 형성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이번 결과에서는 지난해 52MW에 불과했던 접수물량이 1년 만에 893MW까지 증가한 배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에 대한 선호가 회복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RPS 종료와 새로운 계약시장으로의 전환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변수다.
정부는 기존 RPS 체계를 종료하고 계약시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거래체계를 개편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제도의 종료 방향에 비해 이후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정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입찰 물량과 가격 결정 방식, 기존 발전사업자의 참여 조건, REC 처리,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시장 참여 방식 등 사업자의 투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입찰 참여 증가를 단순한 시장 회복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제도의 구체적인 조건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장기 고정가격계약에 대한 사업자들의 선호가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제도 전환기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기존 계약시장으로 수요를 집중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은 장기 투자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이 특히 중요하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부지 확보와 인허가, 계통 접속, 금융조달, 건설과 운영까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SMP와 REC, 장기계약가격은 물론 출력제어와 계통접속 여건까지 사업성에 영향을 미친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업자가 향후 수익구조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면 신규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과 시장 사이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제도 개편의 큰 방향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발전사업자는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향후 시장을 판단해야 한다. 기존 제도의 종료뿐 아니라 이를 대체할 시장의 일정과 운영 방식까지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2035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보급 목표를 실현하려면 발전설비 확대뿐 아니라 이를 수용할 계통과 전력 거래시장, 장기적인 수익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국내 태양광 시장이 상당 부분 민간 자본과 사업자의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이번 입찰 결과는 국내 태양광 시장이 지난해의 극심한 참여 부진에서는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고 대비 지원율이 5% 수준에서 89.3%까지 상승한 것은 분명한 변화다. 동시에 1GW의 공고물량을 여전히 채우지 못했고 접수된 물량 대부분이 선정됐다는 점에서는 경쟁입찰 시장이 충분한 경쟁 구도를 확보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893MW라는 숫자는 시장 회복과 제도 불확실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지난해보다 사업자 참여가 크게 늘어난 이유가 장기계약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 때문인지, RPS 종료를 앞둔 제도 전환기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100GW라는 목표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급 목표와 함께 시장의 다음 단계도 보다 분명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RPS 이후 어떤 시장이 열리고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가 어떤 조건으로 참여하게 되는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민간의 투자 판단도 안정될 수 있다.
올해 고정가격계약 입찰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원율 89.3%, 경쟁률 0.88대 1이라는 결과는 아직 경쟁입찰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수준의 경쟁이 형성되지 않았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RPS 종료 이후의 시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제도 전환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만큼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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