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후환경단체 33곳, 국제사법재판소 권고에 맞춰 2035 NDC 상향 요구 > 정책/법

본문 바로가기

정책/법

국내외 기후환경단체 33곳, 국제사법재판소 권고에 맞춰 2035 NDC 상향 요구

profile_image
박담 기자
2025-08-28 08:58 0

본문

기후 솔루션, 플랜1.5, PISFCC, WYCJ, Earthjustice, CIEL 등 33개 국내외 기후환경단체가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고 명시한 국제사법재판소(ICJ) 권고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25일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한다고 과학적 분석에 기반해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서한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 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 권고 수준 이상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6c67f7540bfffcfee1c6db9e13bd584c_1756339081_913.jpeg
 

 세계 환경단체들은 서한을 통해 “야심 찬 (2035년) 목표 설정은 정치적 선택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법적 의무”임을 강조하고, 각 당사국이 이번 ICJ 권고 의견을 2035년 NDC 수립에 충실히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중요한 것은 제출 시점이 아니라 각국의 NDC가 담고 있는 목표의 수준과 실질적인 내용, 그리고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충분한 협의를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유엔 최고 사법기관인 ICJ는 세계 각국이 기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되어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여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권고 의견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국가 의무에 적용되는 법적 근거를 폭넓게 확인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협약, 국제관습법, 일반국제법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번 ICJ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후변화에 관해 국제적 사법기구가 사상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법적 견해라는 점에서 국제법 논의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내 소송부터 국가간 소송까지, 여러 차원에서 진행되는 전 세계 기후 소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번 ICJ의 의견이 나오기까지는 태평양 도서국과 시민사회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6년전 바누아투에 위치한 남태평양 대학교에서 태평양 도서국 출신 학생들이 기후 위기에 맞설 법적 전략을 모색하던 중 ICJ에 권고적 의견을 요청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바누아투 정부가 이에 호응해 앞장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초반 캠페인부터 유엔총회 결의안 채택, 이후 ICJ 절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권고적 의견의 내용 중 특히 NDC에 관한 부분은 2035년 목표 수립을 앞둔 현 시점에서 시의성이 크다. ICJ는 모든 국가가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highest possible ambition)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하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파리협정의 1.5도 목표가 단순한 방향 제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할 기준임을 밝힌 것이다.

 

세계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안으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한 한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협약에 따라 2035년 자국의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 계획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35년 NDC의 제출 기한은 당초 2월 10일이었으나 9월로 연장됐으며, 8월 4일 기준 27개국이 제출을 완료했다. 대부분 국가의 추가 제출은 올해 3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9월 중 초안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해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CJ는 또한 NDC가 국가의 재량에만 맡겨진 사안이 아니며 국경을 넘어 끼치는 환경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엄격한 수준의 상당한 주의의무(due diligence,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결과가 타국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필요할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 등 일정한 국제법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판례가 있는 우리나라에는 그만큼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31~2049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장기적인 감축 계획을 세우는 후속조치에 착수해야 할 의무를 안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주문을 반영해야 할 2035년 NDC는 판결 이후 정부의 조치와 개선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기후솔루션 엄예은 미국 변호사(미국 뉴욕주)는 “우리나라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권고적 의견이 강조한 1.5도 목표와 부합하는 최고 수준의 감축 목표를 2035년 NDC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NDC 목표를 상향할 수 있는 핵심 경로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높은 석탄 발전 비중과 낮은 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OECD 평균과 큰 격차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한에 서명한 참여자들은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당사국은 협약 체결 당시 약속했던 1.5℃ 목표를 다시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와 현행 정책 및 이행 사이의 격차를 점검하고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장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 건 - 1 페이지

탈탄소 녹색 문명 전환을 선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환경부(장관 김성환)는 탈탄소 녹색 문명 전환이라는 비전을 책임있게 이행하기 위해 기후 정책 총괄 기능과 탄소중립의 핵심 이행 수단인 에너지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월 1일자로 출범한다고 밝혔다.기후에너지환경부 조직도새롭게 출범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차관…

박담 기자 2025.10.01

[태일루의 시선] 한국에너지공단 RPS 설비 등록 지연의 참사- 손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태양은 멈추지 않는다. 매일 아침 똑같이 빛은 쏟아지고 모듈은 그 빛을 전기로 바꾼다. 인버터는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전력은 송전망을 타고 흘러간다. 그러나 이 모든 흐름이 하나의 문서와 전산 절차 앞에서 가로막힌다. 태양광 사업자들이 오늘날 가장 많이 토로하는 현실은…

태일루 기자 2025.09.29

[태일루의 시선] 머뭇거림의 시간은 끝났다, 국민은 기후 위기 대응을 요구한다

국민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름의 땡볕 아래에서, 갑작스런 폭우에 무너진 골목길에서, 연일 이어지는 미세 먼지의 흐린 하늘에서. 기후위기는 더 이상 추상적 경고가 아니었다.설문은 그것을 숫자로 고정했다. 기후솔루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전국 주요 지역 성인 2000명을 …

태일루 기자 2025.09.22

발전 공기업 통폐합...효율성이냐, 지역 경제냐 딜레마

정부가 한국전력 산하 발전 자회사들의 통폐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중복 기능 해소와 재생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를 동시에 경고했다.&nb…

박담 기자 2025.09.21

[태일루의 시선] 원전 집착은 시간 낭비, 해답은 재생 에너지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가장 뜨거운 질문을 정면으로 받았다.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할 수 있느냐는 물음, 그리고 기후환경에너지부 개편이 정책 혼란을 부르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대통령의 답변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오늘 한국이 서 있는 …

태일루 기자 2025.09.12

[태일루의 시선] 속도를 잃은 에너지 정책, 내년 지방선거가 마지막 시간표

세 개의 논란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정부 조직 개편의 상징이 될 줄 알았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후퇴했고 한수원이 체결한 웨스팅하우스 계약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술 주권을 잃었다는 자책을 낳는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전력 위기는 산업의 미래를 가르는 전쟁처…

태일루 기자 2025.09.08

주민 주도형 햇빛 연금·난방 전기화…2026년 재생 에너지 전환 본격화

환경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태양광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신규 사업을 대거 포함시켰다. 화석연료 기반 지원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지출구조를 조정하면서 지역 주민과 생활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예고된다. 2026년 환경부 예산 및 기금안 총지출은 올…

박담 기자 2025.09.03

[태일루의 시선] 탄소 중립을 가로막는 재생 에너지 접속 제한

전력망은 고속도로다. 송전선은 빛을 실어 나르고 발전기는 그 길 위를 달린다. 그런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도로에는 방지턱이 있다. 이름은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 안전과 환경을 이유로 발전소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출력 하한선이다. 그러나 그 수치는 국제 권고보다 …

태일루 기자 2025.09.01

정부, 재생에너지 437MW 접속지연 해소 추진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전력망 혁신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8월 29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2025년 제2차 전력계통혁신포럼」을 열고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계통 수용을 위한 실행 과제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는 국가기술표준원, 한국…

박담 기자 2025.08.29

열람중국내외 기후환경단체 33곳, 국제사법재판소 권고에 맞춰 2035 NDC 상향 요구

기후 솔루션, 플랜1.5, PISFCC, WYCJ, Earthjustice, CIEL 등 33개 국내외 기후환경단체가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고 명시한 국제사법재판소(ICJ) 권고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파리기…

박담 기자 2025.08.28

RE100 이행률 여전히 낮은 국내 기업…정부, 제도 개선 속도

국내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률이 글로벌 평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제도 개선과 기술 도입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오는 8월 26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 열리는 2025 아·태 재생에너지…

박담 기자 2025.08.24
기사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