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 원전, 가장 위험한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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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짓는다는 건, 결국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위험한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다. 처음엔 강력해 보인다. 수조 원 짜리 초대형 프로젝트. 국가가 나서고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에너지 안보’니 ‘기후위기 대응’이니 멋진 말들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끝을 보면 다르다.
발전소 하나 짓는 데 10년 가까이 걸린다. 짓는 데만 수조 원. 해체할 때도 수조 원. 그 안에 쓰인 콘크리트, 철근, 냉각수, 토양, 작업복까지 몽땅 오염된다. 눈에 안 보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일일이 잘라내서 포장해서 다른 땅에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이름으로 밀봉해 옮겨야 한다. 수천 년, 어떤 건 만 년 동안 관리해야 한다. 땅을 정화했다는 말?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말일 뿐이다.
심지어 진짜 문제는 아직도 남는다. 사용된 핵연료. 너무 위험해서 버릴 곳이 없다. 미국도,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임시 저장”이라지만 임시가 50년을 넘긴다. 쌓이고 쌓인 고준위 핵폐기물은 결국 원전 부지에 그대로 남는다. 누구도 손 못 댄 채로.
반면 태양광은 다르다. 패널 하나 설치하는 데 몇 달도 안 걸린다. 연료도 없다. 그냥 햇빛이면 끝이다. 터지지도 않고, 누출도 없다. 사람이 죽거나 암에 걸릴 일도 없다. 소음도 진동도 없다. 생태계에 영향도 거의 없다. 수명이 다 하면 떼어내고 다시 끼우면 그만이다. 요즘은 재활용도 잘된다. 발전 단가는 매년 내려간다.
무엇보다 태양광은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건물 옥상, 공장 지붕, 주차장, 방음벽, 창고, 논, 밭, 고속도로 옆. 이미 있는 공간, 남는 땅, 죽지 않은 곳 어디든 가능하다. 거창한 공사가 없다. 땅도 살려두고 사람도 살려둔다. 전기를 쓴 그 자리에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송전선도 덜 깔아도 된다.
원전은 다르다. 땅을 파고, 돈을 쏟아붓고, 1만년 짜리 걱정을 안고 간다. 수조 원이 오가는 단일 사업. 그러니 뇌물과 부패, 로비가 끊이지 않는다. 사업 구조 자체가 비리의 온상이다. 반면 태양광은 그냥 햇빛 받고 전기 만드는 일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감시할 수 있다.
친원전 세력은 태양광을 공격할 때 땅을 너무 많이 쓴다고 한다. 발전 시간이 짧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 땅은 죽지 않는다. 오염되지도 않는다. 패널을 걷으면 다시 논, 밭, 들판이 된다. 사람 사는 곳 옆에도 설치할 수 있다. 왜냐고?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별도의 ‘죽음의 땅’을 만들지 않는다.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전(SMR)’이라는 이름으로 원전을 다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작아 보이고,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단위 전력당 방사성 폐기물은 더 많다. 중성자 누출도 많다. 사고 대응은 더 복잡하다. 설계와 운영도 대부분 아직 책상 위에 있다. 작아서 좋은 게 아니라 작고 많아져서 더 위험하다.
심지어 아직 실체도 없는 기술들을 들고와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토륨 원전이 대표적이다. 상용화된 사례조차 없다. 시험 가동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미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인 것처럼 포장한다. 이름만 바꿨지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수조 원짜리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포장지일 뿐이다.
태양은 하루 종일 떠 있다. 구름이 낀다고 발전이 멈추지 않는다. 요즘 패널은 흐린 날에도 꽤 잘 돌아간다. 전력 피크 시간대인 한낮에 집중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오히려 장점이다. 필요하면 배터리와 연계하면 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의지다.
원전은 사람과 땅을 죽게 만든다. 태양광은 이미 있는 자연과 공간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이다. 죽음의 땅과 햇빛의 땅.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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