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루의 시선]햇빛으로 연금을, 바람으로 삶을 – ‘이재명표 에너지 복지’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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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누구에게나 내리쬔다. 바람도 마찬가지다. 차별 없이 흐르는 자연의 에너지를 돈으로 바꾸고, 그 수익을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정책이 있다. 이재명 대표가 내세운 ‘햇빛·바람연금’이다. 처음엔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남 신안군에선 이 실험이 이미 시작되었고, 어느 정도의 성공도 거뒀다.
신안의 일부 주민들은 연간 수백만 원의 배당을 받고 있다. 사람이 떠나던 섬마을에 다시 인구가 들어오고 있다. 지역에 남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지역 소멸’이란 말을 되돌릴 수 있는 드문 희망이 여기에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창한 의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생존형 과제가 이 정책 안에서 하나로 겹쳐진다.
햇빛과 바람으로부터 얻는 수익을 지역 주민과 나눈다는 구조는, 단순히 ‘환경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이는 ‘사람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다. 정부가 주도해 설치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주민과 공유하고, 이 배당을 연금처럼 지속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시도. 일종의 ‘에너지 기본소득’이라 부를 수도 있다.
물론, 완벽한 정책은 없다. REC 가격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수익을 시장 논리에 맡겨둘 경우, 배당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일조량이나 지리적 조건이 좋은 지역에만 혜택이 쏠리는 구조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도 관건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모델이 아니다. 오히려 약간의 조정과 제도적 설계만 더해지면 전국으로 확장 가능한 구조다. 예컨대 REC 가격 하한선 도입, 도시형 태양광 확대, 소외 지역 대상 균등화 배당 기금 같은 장치를 붙이면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에너지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실질적 정책으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정부나 대기업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에너지 전환,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공동체 소득 모델을 창출하려는 시도. 이 방향성은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표 햇빛·바람연금은 단지 전기에서 이익을 얻는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누가,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의 실행 버전이다.
다만, 그 길이 쉽지는 않다. 수익 구조의 안정성, 전기요금 부담의 분산, 환경 갈등의 조율 같은 현실적인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들은 ‘해결 가능한 숙제’에 가깝다. 기후위기와 지역 불균형, 저성장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할 만한 것이다.
햇빛은 매일 뜨고, 바람은 언제나 분다. 남는 건 사람의 결심이다. 이 정책은 그 결심을 정책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실험을 단념할 이유보다, 성공시키기 위한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
출처 : 전라남도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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