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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아세안 에너지 워치] 정부가 설계한 베트남 태양광, 정부가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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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20시간 35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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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태양광 설비를 가장 빠르게 늘린 나라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태양광 설치용량은 19,252MW, 동남아시아 최대다. 2015년까지만 해도 태양광 설비는 거의 없었다. 1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태양광 시장을 일으킨 주체는 정부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in Tariff)가 가져온 태양광 붐

베트남도 FiT 제도를 2011년 도입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장기 매입을 보장하는 제도다. 처음에는 풍력이 대상이었고, 태양광으로 확대된 것은 2017년이었다. 베트남 총리령(Decision No.11/2017)이 발표되면서 태양광 시장이 폭발했다. 베트남전력공사 EVN이 민간 태양광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kWh 9.35센트에 20년간 구매한다는 보장이었다. 이 제도가 가동되자 민간 투자가 일제히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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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마감 기한은 2019 6월이었다. 82개 대형 태양광 발전소가 완공되며 약 4,464MW가 국가 전력망에 연계됐다. 당초 목표인 850MW 5배가 넘는 용량이었다. 9.35센트 단가를 놓치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마감 당월인 6월 한 달에만 전체의 80%가 넘는 약 4,000MW가 집중 완공됐다.

2020년에는 옥상 태양광 FiT(결정 제13)가 시행됐지만 단가는 7.09~8.38센트로 낮아졌고, 그해 12 31일로 만료됐다. 후속 제도 없이 종료되면서 2021년부터 신규 옥상 태양광의 EVN 판매는 중단됐다. 예외가 하나 있었다. 원전 건설 계획을 취소당한 닌투언성에 한해, 9.35센트 단가와 마감 기한을 2021 1월까지 연장하는 특별 보상이 적용됐다.

FiT 효과는 분명했다. 2019년 한 해에만 수 GW의 설비가 한꺼번에 가동을 시작했다. 태양광 설비는 2015년 사실상 제로에서 2025년 말 19.2GW로 급증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이만큼 빠르게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린 나라는 없다. 닥락성에 조성된 쑤언티엔 Ea Sup 태양광 발전 단지는 1단계 용량만 600MWac/831MWp, 200만 개 패널이 설치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단지 중 하나다. 총 투자액은 20조 동( 8 6,55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베트남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민간 발전사들은 대부분 은행 대출과 회사채로 투자비를 조달했다. 34개 완공 단지 기준으로 투자액 중 은행 대출 비중이 68%에 달했다. 그 부채는 지금도 남아 있다.


FiT가 만든 구조적 문제

FiT는 재생에너지의 성장 발판이었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를 내장하고 있었다. 베트남 전력 시장에서 유일한 전력 구매자는 EVN이다. EVN은 민간 발전소로부터 FiT 단가에 전력을 사서 규제 소매 요금으로 소비자에게 판다. 2017 FiT 설계 당시 소매 전기요금과 발전 원가 사이의 간격은 허용 범위 내였지만, 그 이후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발전사로부터 비싸게 사고 대중에게는 싸게 팔아야 했다. EVN의 총 전력 구매 비용은 2018 45억 달러에서 2023 115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매 전기요금은 정부 통제 아래 동결됐다. 2024 1월 기준 EVN kWh를 판매할 때마다 142.5( 7.5) 손해를 보는 구조는 2024년 말 누적 손실 38 6,800억 동( 2조 원)에 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급 인하라는 역풍

EVN을 살리기 위해 베트남 정부(산업통상부) 2023년 말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했다. 민간 발전소들의 과거 FiT 승인 과정에 법적 하자가 있었으니 과거에 비싸게 준 보조금을 소급 인하하고 환수하겠다고 압박했다. 173개 프로젝트가 대상이었고, 인하 폭은 25~46%였다. 2025 3월 베트남 상공회의소(VCCI)는 이 조치가 재생에너지 부문 전반의 연쇄 부도와 투자자 신뢰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국회에 경고했다. 정책이 뒤바뀌는데 누가 기꺼이 투자하겠는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기법 개정과 민간 직거래(DPPA)이다. 전기법 개정은 소매 전기요금이 발전 원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DPPA(직접전력구매계약) EVN을 거치지 않고 민간 발전사와 대형 소비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경로다. 대기업들이 시장 가격을 직접 지불하므로, 민간 발전사는 대금을 못 받을 리스크가 사라지고 EVN은 전력 구매 부담을 덜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일으키고 정부가 닫고 정부가 다시 재편한 이 시장이, 이번에는 다르게 작동할 것인가.

173개 프로젝트에 대한 소급 인하 분쟁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민간 발전사들의 재무를 직격하고 있다. FiT 시대의 부채를 안고 있는 민간 발전사들은 이자와 만기가 도래할 채권의 압박도 크다. 베트남 최대 재생에너지 민간 투자사인 중남(Trung Nam) 그룹의 태양광 자회사 중남 투언남도 2025 9,690억 동( 510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소급 인하 분쟁으로 전력 대금 일부가 미지급 상태이고, 172MW는 정상 단가의 절반도 안 되는 임시 가격을 적용받고 있다. 발전소는 돌아가는데 제값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베트남의 제도개혁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시장 신뢰를 회복했는지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글쓴이 소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를,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재무 전공) 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말레이시아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조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이자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아세안 슈퍼앱 전쟁》, 7UPs in Asia》 등이 있으며, 기업 스토리텔러 및 중앙일보 〈마켓 나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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