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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아세안 에너지 워치] 태국의 ‘국민태양광’ 프로젝트, 이번에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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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9시간 21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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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국민 태양광'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내각이 2026년 10월 27일 사업을 승인했고, 아누틴 총리도 출범식에 직접 참석했다. 정식 명칭부터가 '국민 태양광(쏘라 팍쁘라차촌)'이다. 가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가구당 5만 바트(약 199만 원)를 지원하고, 최대 100만 가구를 목표로 한다. 보조금 예산만 500억 바트(약 2조 원)에 이르니, 가히 국민 태양광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설치 조건도 문턱을 낮췄다. 지붕형이어도 되고, 지상형이나 물 위에 띄우는 수상형도 된다. 설비는 계량기당 5~10kW 규모로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5kW 표준 패키지 가격은 14만 바트(약 557만 원)다. 지원금 5만 바트를 빼고 남는 9만 바트(약 358만 원)는 국책은행 세 곳이 연 2.5%, 7년 상환으로 빌려준다. 대출을 받는 경우 정부 지원금은 은행에 직접 지급되고, 자기 돈으로 설치한 가구는 설치를 마친 뒤 지원금을 돌려받는다. 정부가 스마트계량기도 무상으로 교체해준다.


이 사업의 핵심은 태양광 패널을 가정에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쓰고 남은 전기를 전력공사에 팔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잉여전력을 kWh당 2.20바트(약 88원)에 20년 동안 사준다. 국가에너지정책위원회(NEPC)는 지난 9월 잉여전력 매입 규모를 전국 10,000MW로 확대하고 매입 기간도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가계 전기요금이 연간 245억 바트(약 9,750억 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발은 순조로워 보인다. 등록 첫날 5만 건을 넘겼고 11월 2일 기준 누적 등록은 약 7만 건에 이르렀다. 다만 아직은 등록 단계의 숫자다. 현장 실사를 거쳐 실제 설비를 설치하고 전력망에 연결해야 비로소 발전이 시작된다. 등록 건수만으로 사업의 성공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이번 사업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이유는 과거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태국에서 가정용 태양광 사업을 추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가정에서 쓰고 남은 전력을 사주는 사업이 시작됐고, 2021년에는 매입가격을 올려 다시 참여를 유도했다. 당시 매입가격은 처음 kWh당 1.68바트(약 67원)였고 이후 2.20바트로 올랐다. 설비 용량은 10kW 이하였으며 순과금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목표 100MW에 비해 실제 설치 실적은 2020년까지 5MW 남짓, 2022년까지도 25MW 수준에 그쳤다. 낮은 매입가격과 높은 설치비, 제한적인 매입 한도가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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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이번 국민 태양광은 과거 사업의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설치비 보조금과 금융지원을 새로 도입하고 전력 매입 기간은 20년으로 늘렸다. 매입 규모도 100MW에서 10,000MW로 대폭 확대했다. 그 사이 공장 허가 면제 등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됐다. 과거와 비교하면 사업 참여를 끌어낼 정책적 유인이 확실히 강화된 셈이다. 다만 과거 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혔던 매입가격은 kWh당 2.20바트 그대로다. 매입가를 올리면 그 부담은 결국 전력공사와 전체 소비자의 전기요금으로 돌아온다. 태국개발연구원(TDRI)도 2.20바트를 원가 수준의 적정 가격으로 봤다. 매입가를 올리는 대신 설치비와 금융으로 참여 유인을 만든 점은 재정적으로 비용 부담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일 것이다.


물론 개선된 사업이라고 숙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선 경제성과 형평성의 문제다. 정부 스스로 이 사업이 월 전기요금 3,500~4,000바트(약 14만~16만 원) 이상인 가구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반면 농촌 일반 가구의 월 전기요금은 1,000~2,000바트(약 4만~8만 원) 수준에 그친다. 태양광 설치로 경제적 이득을 크게 볼 수 있는 가구는 결국 전기를 많이 쓰는 쪽, 다시 말해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소득층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국가복지카드 소지자도 신청할 수 있지만, 태양광 설비가 전력망에 연결된 날부터 20년간 매달 315바트(약 1만 2,500원)의 전기요금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 한 번 받는 5만 바트와 20년간의 전기요금 지원을 맞바꾸라는 셈이다. 최대 20만 바트(약 8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태양광 설치비 세액공제와도 중복 적용되지 않으니 가구마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시공 현장도 녹록지 않다. 시공업체는 가구당 5만 바트의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1만 바트(약 40만 원)의 하자보수 보증금을 부담해야 한다. 중소업체에는 적지 않은 자금 부담이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는 참여하기 어렵고 대형 업체만 남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계통연계 역시 관건이다. 등록은 2027년 1월 31일까지인데 계통연계 신청은 8월 31일까지, 실제 연결은 9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연초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 가운데 10개월째 계통연계 승인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 이번 사업에서도 계통연계가 병목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보면 태양광 확대에 필요한 사업임은 분명하다. 태국은 올해 상반기 발전량의 61%를 천연가스에 의존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가스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발전비용과 전기요금도 흔들렸다. 지붕 100만 개가 발전소가 된다면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데 분명 보탬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될까. 완벽한 정책은 없다.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앞서 짚었듯이 지난번 실패 요인으로 지목된 낮은 매입가는 그대로다. 재정적 부담을 고려한 선택이겠지만 이번 사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예견된 어려움과 추진 과정의 애로사항을 하나씩 풀어가고 참여자들을 설득해 당초 목표를 실현해 나가려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그 의지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2027년 9월 계통연계 마감 시점 실제로 몇 가구가 설치를 마치고 전력망에 연결돼 있느냐에서 먼저 드러날 것이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


[글쓴이 소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를,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재무 전공) 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말레이시아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조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이자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아세안 슈퍼앱 전쟁》, 《7UPs in Asia》 등이 있으며, 기업 스토리텔러 및 중앙일보 〈마켓 나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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