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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아세안 에너지 워치] 인도네시아 100GW 프로젝트, 마을 태양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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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22시간 40분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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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부근의 동남아시아가 인도네시아 산불에서 비롯된 연무로 고통받고 있다. 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누산타라 아틀라스(Nusantara Atlas)에 따르면 올해 1~9월 인도네시아에서 불탄 면적은 191만 헥타르를 넘는다. 여의도의 약 6,600배, 축구장 약 270만 개 크기다. 농지와 팜유 농장을 넓히려는 화전(Slash-and-burn)에 엘니뇨발 가뭄이 겹치면서 이탄지까지 불길이 번졌다. 산불은 농지와 전력망을 훼손하고, 연무는 햇빛을 가려 태양광 발전량마저 떨어뜨린다. 에너지 공급이 기후와 자연환경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오지 마을의 전력난, 태양광이 대안일까

인도네시아의 전력 보급률은 99%를 넘지만, 여전히 약 1만 1천 개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1만 7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국가에서 모든 지역을 송전망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외딴 섬과 마을은 디젤 발전기에 의존해왔다. 에너지 싱크탱크 IESR(Institute for Essential Services Reform)은 이런 지역의 디젤 발전 단가를 kWh당 20~50센트로 추산한다. 태양광과 배터리를 결합하면 14~15센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디젤을 배로 실어 날라야 하는 섬에서는 국제 분쟁으로 연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전력 공급 비용도 함께 오른다.

그러나 설비를 설치하는 것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동칼리만탄 베라우의 텔룩숨방 마을은 2019년 태양광 설비를 도입해 24시간 전기를 쓸 수 있었지만, 올해 3월 이후 발전이 완전히 멈췄다. 배터리와 제어 장치의 고장으로 추정되지만, 마을에는 수리할 기술 인력이 없다. 유지보수 예산과 운영 역량 없이 설비만 넘겨주는 방식으로는 태양광도 몇 년 만에 멈출 수 있다.

프라보워 정부의 100GW 태양광 계획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력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9월 2일 칼럼 참조). 전체 100GW 가운데 80GW는 8만 개 마을에 각각 1MW의 태양광과 4MWh의 배터리를 설치한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정부가 설비를 지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을협동조합(Koperasi Desa Merah Putih)이 직접 운영을 맡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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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태양광이 묘수가 될까?

운영을 마을협동조합이 맡는다고 텔룩숨방이 겪은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설비를 고치고 배터리를 바꾸는 데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가 소득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조명에 필요한 전기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제빙과 냉장 보관처럼 생산과 유통에 전력을 활용하면 소득이 늘고, 그 수익을 설비 유지와 배터리 교체에 투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을 태양광을 일회성 지원 사업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인프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첫 단계 사업에 포함된 두 섬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셈부르섬에서는 태양광 전기가 가정뿐 아니라 냉장창고와 제빙기에도 공급된다. 이제 어민들은 잡은 생선을 보관해, 서둘러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된다. 렝깃섬은 하루 12시간만 들어오던 전기가 24시간 들어오게 됐고, 전기도 이전보다 싸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두 섬은 아직 예외에 가깝다. 2026년 8월 출범한 첫 단계 14개 사업은 총 5.3GW 규모지만, 마을 단위 사업은 이 두 곳으로 설비 용량을 합쳐도 1MW 남짓이다. 나머지는 대규모 태양광과 수상태양광 사업이다. 애초에 8만 개 마을에 같은 규모의 설비를 배정하는 방식은 현실에 맞지 않았다. 이미 계통 전기를 이용하고 있는 곳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정부도 디젤 발전 대체와 수력발전 연계 등으로 사업 구성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셈부르섬은 국영기업이 설비를 구축하고 협동조합과 함께 운영하는 사업으로, 협동조합이 독자적으로 투자금을 조달해 시작한 모델은 아니다. 기후 싱크탱크 체라(CERAH)가 추산한 1MW 태양광 건설비는 약 90만 달러인데, 협동조합의 국영은행 대출 한도는 30억 루피아, 약 17만 5천 달러에 그친다. 설비를 운영하라고 하면서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다.


마을 태양광 사업 성공의 세 가지 조건

인도네시아의 마을 태양광은 분명 확대되어야 한다. 디젤 의존도를 낮추고 외딴 지역의 전력 공급을 안정시키는 데 태양광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치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협동조합이 설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대출과 보조금 등 자금 조달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기술 인력과 정기 점검 체계를 갖추고 배터리 교체와 수리 비용을 사업 초기부터 반영해야 한다. 셋째, 협동조합이 전기를 판매하고 요금을 정하며 수익을 유지보수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산불은 한 가지를 더 일깨운다. 연무가 몇 달씩 햇빛을 가리면 태양광만으로는 마을의 전기를 지키기 어렵다. 배터리와 비상 전원까지 갖춰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프라보워의 야심찬 태양광 100GW 계획에서 마을 태양광의 비중이 조정되고 있다고는 하나, 세계 최대 군도국가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자립은 여전히 마을 태양광에 달려 있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


[글쓴이 소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를,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재무 전공) 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말레이시아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조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이자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아세안 슈퍼앱 전쟁》, 《7UPs in Asia》 등이 있으며, 기업 스토리텔러 및 중앙일보 〈마켓 나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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